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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대권 놀이 허탕 28년, 이제 대권 안 갈 경기지사도
오피니언 김종구 칼럼

[김종구 칼럼] 대권 놀이 허탕 28년, 이제 대권 안 갈 경기지사도

‘大權이니 지사 후보’ 유승민論, 황당
반복적 대선 도정 공백, 도민도 식상
道에 충실할 경기지사 시대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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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 프레이즈를 여전히 기억한다. ‘덤 받으러 가세!’ 수원 재래시장 축제안이었다. 지동·남문·영동을 한 데 엮었다. 놀고 춤추고 팔자는 거였다. 심재덕 시장이 무릎을 쳤다. “저런 구호를 어떻게 생각했어.”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지

역경제국에서 막혔다. ‘이 과장’이 거부했다. 그럴 만했다. 심 시장은 재판 중이었다. 선거에 질 게 뻔했다. 모두 다음 시장에 줄 서 있었다. ‘떠날 시장’ 지시를 따를 이유가 없었다. 그 해 ‘덤 받으러 가세!’는 그렇게 사라졌다.

민선은 곧 시장이다. 시장이 곧 권력이다. 모든 행정은 시장이 한다. 시장이 하면 하는 거다. ‘안 된다’는 없다. 그때는 심 시장이 ‘끝물’이라서 그랬다. 이 과장이 승부를 건 거였다. 민선 시장엔 인사권도 크다. 많은 예상대로 시장이 교체됐다. 이 과장에 꽃길이 열렸다. 국장 되더니 구청장까지 갔다. 누구는 이걸 민선의 폐단이라고 한다. 8년 대기해 본 ‘주 과장’, 술 깨기도 전에 파면 당한 ‘곽 과장’이라면 그렇게 볼 거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민선은 좋은 거다.

지역의 다양성이 개발된다. 행정의 창의력이 발휘된다. 관선은 획일적이었다. 중앙 권력을 따라 일사분란했다. 누가 시장이든 달라지지 않았다. 되레 달라지면 큰 일 났다. 청와대 헛기침이 시군에는 태풍으로 와야 했다. 그런 게 관선이었다. 그걸 깬 게 민선이다. 지역 마다 갈 길이 달라졌다. 경기도는 1천300만명이 산다. 사람 수가 자산이다. 이에 맞는 사업을 해야 한다. 강원도는 자원이 좋다. 그걸 이용한 행정을 해야 한다. 이런 다양성이 맞붙는 민선이다.

그 경쟁에 쉴 틈이 없다. 도지사 집무실은 그 무한 경쟁의 총 지휘부다. 촌각을 다투는 결정과 지시가 늘 거기서 오간다. 새벽에도 불 켜져 있으면 좋고, 주말에도 문 열려 있으면 좋다. 그런데 어느 한 집무실만 달랐다. 대낮인데 인기척이 없다. 주중인데 문이 닫혀 있다. 두 달, 세 달 째 휴가라고 한다. 아예 방 주인이 떠난 적도 있다. 어쩌다 한 번만이 아니다. 4년에 한 번, 주기적으로 이런다. 가까운 이들은 또 그러려니 한다. 대통령 선거철이구나 하고 만다.

경기지사 집무실이다. 이인제 경기지사는 중간에 사퇴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경선 휴가’를 떠났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경선 휴가’를 썼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선 출장’을 갔다가 사퇴했다. 역대 민선 지사가 6명이다. 그 중 4명이 이렇게 경선 휴가, 경선 사퇴를 했다. 말이 좋아 휴가지, 그게 끝이 아닐 거다. 대통령 뽑는 선거 아닌가. 그 몇 배의 시간을 거기 매달렸을 거다. 다른 도(道)라면 부재 사태라고 난리 났을텐데, 그걸 경기도는 체념하고 만다.

그런 집무실의 구상은 오죽했겠나. 툭하면 대권과 뒤섞였다. 목표가 도민이 아니었다. 대권 때 표 계산이었다. 노무현 정부 수도 이전 논란 때였다. 지금은 이골이 났지만, 그때는 수도권에 충격이었다. 다 빼앗기는 줄 알았다. 실제 많이 빼앗겼다. 서울시장은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그런데 손학규 경기지사가 ‘수도이전 찬성’을 말했다. 충청지사와 상생 협약도 맺었다. 충청표를 향한 대권 투자였다. 그 뒤 경기지사들에게 세습된 나쁜 전통-도민 배반-이 됐다.

그랬던 경기도지사 선거. 이제 한 수 더 뜬다. 아예 ‘대권 후보’를 자격인 것처럼 말한다. 국민의힘 유승민 투입론이 딱 짝이다. 경기도민 아니잖냐고 물어도, 괜찮단다. 경기도에 남긴 기여가 없잖냐고 따져도, 괜찮단다. 거물이란 주장만 자꾸 한다. 배신의 거물은 아닐 거고. 결국 대권 갔었으니 거물이란 얘기다. ‘인재 없는 경기도에 결단 해준 거물 유승민을 환영하라’는 건가. 촘촘히 짜여진 각본이다. 연출 이준석 대표, 주연 유승민, 조연 언론(중앙)까지.

지사 되면 다 대권 후보, 된 대통령은 하나 없고, 365일 대권 놀음만, 때 되면 장기 휴가, 더 심하면 지사 사퇴.... 또 지사 되면 대권 후보.... 민선 28년을 이랬다. 그 때 수습 기자는 이제 뒷방 주필이다. 주필 눈엔 지겨운 이 패턴이 저들엔 처음이라 신기한 모양이다. 그래서 더 찾아 보게 된다. 어디 대권 얘기 안 할 경기지사 후보 없나. 경기도민을 위해 충청·전라·경상도와도 멱살잡이 해 댈 후보 없나. 그런 후보를 보고 싶다. 등장할 때가 된 것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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