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쌍용차 매각 무산 또 생사기로, 청산은 막아야 한다

1년 가까이 진행된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무산됐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명맥을 유지해온 쌍용차가 18년 만에 국내 기업의 품으로 돌아오나 싶었는데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또 다시 생사기로에 선 쌍용차는 재매각을 통해 새 주인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험로가 예상된다.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25일까지 납입해야 할 인수잔금을 예치하지 않아 인수·합병(M&A) 투자 계약이 해제됐다”고 28일 공시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지난 1월 3천49억원에 쌍용차를 인수·합병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계약금 305억원을 제외한 잔금 2천743억원을 기일내 납부하지 못해 계약이 해제됐다. 업계에선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무산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 생산업체로 2020년 기준 매출액이 897억원에 불과한데 같은 해 쌍용차 매출은 2조9천297억원에 달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일’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매각이 무산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회사 측은 재매각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 쌍용차는 신차 ‘J100’ 개발이 완료돼 오는 6월 출시를 앞두고 있고, 중국 BYD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내년 하반기에 전기차 ‘U100’도 출시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 반조립제품 공장을 착공하면서 내년부터 3만대 수출 물량을 확보했다고 했다. 하지만 앞서 인수 진행 과정에서 경험한 각 기업들의 냉담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쌍용차 운명을 손에 쥔 법원에서 존속보다 청산 가치가 높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악의 경우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쌍용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은 쌍용차의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다. 쌍용차가 새 주인을 찾아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 인가를 받는 ‘인가 전 M&A’를 추진할 수 있는 기한은 10월15일까지다. 그 후엔 법원이 M&A를 주도하거나 최악의 경우 청산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정부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두번째 법정관리를 신청해 세금 투입 명분이 없다.

쌍용차 임직원은 5천명에 육박한다. 쌍용차 협력사는 400여곳에 달한다. 기업을 청산하게 되면 근로자와 가족의 생계, 협력사의 연쇄적 파산 등 그 여파가 엄청나다. 평택지역 경제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 청산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쌍용차를 법정관리 체제로 유지하고 기업 가치를 높여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 쌍용차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는 지가 새 정부의 큰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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