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코로나를 뚫고 봄꽃이 피어난다. 마음이 들뜨고 일정표를 뒤적이며 가까운 어딘가 봄나들이를 계획해본다. 많은 이들이 그러지 않을까.
인천은 서울과 경기라는 인구 집적지에서 가까운 편이다. 마음만 먹으면 지하철로도 움직일 수 있다. 운치 있는 장소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 갈 때마다 그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면 말이다.
사실 풍성한 자원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기념품도 마찬가지, 권할 만한 것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기념품은 기억의 중요한 매개체이다. 어렵게 시간 내서 떠난 여행은 그것만으로도 즐거운데 기대만큼이나 멋진 여행지를 만났다면 더욱 행복하다.
이 기분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라도 기념품 하나씩은 갖고 싶다. 꺼내는 순간 특별했던 경험, 그 장소와 거리를 걸었던 그 시간의 기분이, 살랑거렸던 바람이, 함께 잡았던 손이, 흥얼거렸던 음악이, 그곳만의 맛있었던 음식이 떠오른다.
기념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 경험이 좋아서 오래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꺼이 지갑을 열고 싶은데 막상 살만한 게 없을 때, 실망한다.
만들어보자. 남들에게 즉각적으로 보이는 효과에다 실용성까지 생각한다면 티셔츠도 좋을 것 같다. 사람들이 보고 “오 거기가 인천이에요? 입고 다닐 정도면 정말 좋았나 봐요”라고 할 수 있도록. 세상 그 어디에도 없고, 오로지 인천에서만 만들어지고 택배도 안 되고 직접 와야만 구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기념품. 가지기 위해서라도 인천에 들르고 싶게 만드는, 그럴 수 있는 티셔츠는 어떤 것일까. 혹시나 ‘아이 러브 뉴욕’을 흉내 낸 로고가 적힌 티셔츠가 떠오른다면, 머릿속에서 지워 주시라. 어디에서나 쉽게 접하고 구할 수 있는 것은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인천의 의미 있는 장소가 드러나고, 색과 디자인이 세련되면 좋겠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재질도 인천과 상관적이면 좋겠고, 환경이나 생태의 미래 이야기도 그 속에 담았으면 좋겠다.
품질도 괜찮아서 여러 번 빨아 입어도 여전히 살아있어 오래 기억을 붙잡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내년 봄, 타지에 봄나들이 갈 때 그런 인천 티셔츠를 입고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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