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후유증 대응할 의료체계 정비 시급하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31일 0시 기준 누적 1천309만5천631명으로 집계됐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완만한 감소세로 접어들었다는데 이날 신규 확진자는 32만743명이나 됐다. 위중 환자와 사망자 수는 아직 정점을 향해 가는 상황이다. 이날 집계된 위중증 환자는 1천315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정부는 코로나19가 서서히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안심하긴 이르다. 기존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30∼50% 강한 BA.2(스텔스 오미크론)가 국내에서도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규모 환자 발생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방역의 고삐를 결코 늦춰선 안된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상당수가 일상생활로 복귀했지만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19에서 나은 뒤에도 오랫동안 후유증을 겪는 현상을 ‘롱코비드(long COVID)’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증상이 3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일부에서는 6~9개월까지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WHO는 롱코비드 증상으로 피로감, 숨가쁨, 인지장애를 비롯해 일상 활동에 영향을 주는 기타 증상을 포함했다. 기침, 두통, 근육통, 관절통, 흉통, 발열, 후각·미각 상실, 이명, 발진, 우울·불안, 소화불량, 설사, 생리주기 변동, 탈모, 자율신경장애 등 증상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코로나19 완치자 47명을 관찰·조사했다. 완치 1년 뒤 한 번이라도 후유증을 경험한 사람이 87%로 나타났다. 증상은 피로감(57.4%·중복 응답), 운동 시 호흡곤란(40.4%), 탈모(38.3%), 가래(21.3%) 등이었다. 완치 1년 뒤에도 후유증이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누적 확진자가 1천300만명을 넘은 상황에서 앞으로 롱코비드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후유증의 원인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몸이 침투한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나타나는 면역반응이나 바이러스로 인한 염증 반응으로 추정된다. 당뇨, 고혈압, 만성호흡기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으면 바이러스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아 후유증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후유증이 장기화될 경우 호흡기 뿐만 아니라 여러 장기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감염 예방과 환자 치료를 방역정책의 최우선에 뒀다면, 이제는 후유증과 합병증을 조사연구하고 롱코비드 대책도 세워야 한다. 국민들에게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알리는 게 필요하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대응 방법 안내로 불안을 줄이고, 후유증을 줄일 수 있게 의료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미국·영국 등은 후유증센터를 설립해 연구가 활발하다. 우리도 시급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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