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지속가능한 삶·교육 위한 학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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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가능한 삶, 지속가능한 교육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에게 지속가능한 삶을 깊이 성찰하게 하였다. 곳곳에서 균열이 생기면서 우리 삶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게 했다. 균열의 시작은 산업화와 물질만능주의의 결과물인 생태계 파괴였지만, 자연에서부터 비롯해 우리 삶의 모든 영역까지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인간과 자연 간의 균열이 국가와 국가, 개인과 개인 간의 2차적인 사회 균열로 확산하면서 인류는 그 대처에 너무나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최재천 생명다양성 재단 대표의 말이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일상 회복의 불가능은 자연과 손잡지 못했던 인류에게 내려진 재앙이었다. 지난 3월26일 저녁, 우리 동네에는 평소보다 불 꺼진 집들이 많았다. 매년 3월 넷째 토요일에 하는 지구촌 전등 끄기 ‘어스 아워(Earth Hour)’ 캠페인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한 것이다. 전 세계 시민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우리가 만드는 미래를 위한 작은 실천을 함께했다. 이날의 동참은 개인의 실천이 가지는 힘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며 인류의 상호 연대이자, 자연과 손잡기를 시도하는 인류의 성찰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삶이 품어야 하는 가치는 지속가능한 교육이 품어야 하는 가치와도 맥을 같이 한다.

교육에 있어서도 지난 2년간 지역, 학교, 학생 간에 배움의 지체가 일었다. 학습격차는 커지고 교육의 형평성에 균열이 생겼다. 배움에 있어서 단기간의 지체와 부족이 당장의 대안들로 극복되지 않을 것은 명확해 보이며, 이후의 삶과 세대에 이어질 부정적 우려를 배제할 수가 없다. 예상하지 못하게 필연적으로 닥쳐온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를 우리 교육이 어떻게 받아들여 지속가능한 미래교육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에 기대를 걸어봐야 할 때다.

 

■ 학교가 품어야 할 세 가지 질문

코로나 위기를 겪으며 많은 학교가 에듀테크 관점에서 한 단계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학교의 물리적 환경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당연히 이것만으로는 미래교육의 관점에서 학교가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성큼 다가온 미래를 맞는 학교의 역할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일상적으로 던지고 학교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아나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 독자들도 함께 고민해 보자.

첫 번째 질문, ‘교육적으로 정말 무엇이 중요한가?’

학생의 바람직한 성장이다. 학교는 개별 학생의 고유성이 존중되고 각자의 탁월성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견고한 학제의 틀 안에서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교육과정과 학력에 대한 사회적 인증에 필요한 과정들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고, 그럴수록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학생 성장을 위한 교육과정이 들어설 수 있는 폭은 좁아진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쉬울 수 있으나 그 실천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무엇으로 인해 중요한 것을 알고도 왜 눈 앞에서 놓치고 있는지 계속 질문해야 한다. 교육 현장의 혼란 속에 자칫 놓칠 수 있는 학생의 성장을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하자. 미래에 맞는 틀을 함께 만들어 보자.

둘째,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학교 안에는 다양한 관계성이 존재한다. 도움은 관계성을 전제로 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도움은 약자를 살피는 시선이며, 긍정적인 자아존중감의 발현이며, 공동체 연결의 고리가 된다. 누구를 도울 것인가가 아닌, 누가 되었건 함께하기 위한 관심과 나눔의 방법을 찾는 행위이며, 연대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학교 안에는 긍정적인 관계 형성의 기회가 줄어들었고, 상황에 따라 혐오와 배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신뢰의 관계성 균열은 심각하다. 엉뚱하게도 ‘학교 폐지론’이 나올 판이기에 시급히, 그리고 특별한 노력을 들여 균열을 막아야 한다. 학교에서의 관계성을 회복해야 한다.

셋째, ‘적어도 이 정도는 우리가 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실천의 문제다. 앎이 삶으로 이어져 실천되지 않으면 배움이 이뤄졌다고 말할 수 없다. ‘어스 아워(Earth Hour)’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잠시 어둠을 선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그 실천은 큰 힘을 발휘한다. 내가 행동한 작은 실천으로도 변화를 경험하면서 의식이 성장하고 삶의 지평이 넓어진다. 이러한 확장이 지속가능해야 한다. 학교에서부터 배운 것을 토대로 삶의 문제를 발견하도록 교육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문제의 해결방안을 탐색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다양한 교육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배움과 실천이 같은 언어임을 지속적으로 체득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일이 나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 누구의 손이 아닌 우리의 손으로

많은 교육의 담론과 정책들은 늘 던져지듯 외부에서 학교 안으로 들어온다. 그 담론들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처럼 학교 계단 한 귀퉁이에 머물며 먼지만 소복이 내려앉은 채 변하지 않는 학교를 말없이 지켜만 보았다. 이제는 학교의 구성원이 교육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고 정책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지속가능한 삶을 찾기 위해 코로나의 원인을 분석하고 백신과 치료약을 개발해 내듯, 지속가능한 교육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누구의 손이 아닌 나와 우리의 손으로 말이다.

 

손민아(연천 대광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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