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점유할 정당한 권리 ‘유치권’

image

유치권은 물건의 ‘유치(점유)’를 본질로 하는 권리로 민법과 상법에 근거한다. 민사 유치권은 채권이 유치물에 ‘관하여’ 발생하였을 것을 요하는데, 채권과 물건 사이의 견련관계(牽聯關係)로 일컫는다. 상사 유치권은 견련관계는 불필요하나 반드시 채무자 소유 물건에만 인정된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시계의 수리(修理)를 맡긴 후 수리비를 주지 않을 경우 돈을 받을 때까지 시계를 돌려주지 않고 점유·보관할 수 있는 B의 권리가 유치권이다. A는 채무자, B는 유치권자이다.

만약 수리비가 고액이고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고 가정하면, B는 민사 유치권과 상사 유치권을 모두 항변할 수 있고,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시계가 A의 친구 C의 소유로 밝혀진다면 상사 유치권은 인정받지 못하므로 B는 민사 유치권을 행사해야 한다. 반대로 B가 A에게서 시계 수리비는 전부 받았지만 외상값(견련관계 없는 채권)을 받지 못한 게 있다면, B는 민사 유치권을 인정받지 못하므로 상사 유치권을 주장해야만 외상값을 받을 때까지 시계의 반환을 거절할 수 있다. 이때 시계 주인이 C라면, B는 C의 반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견련 관계 없는 채권이고, 채무자의 소유물도 아니기 때문이다.

유치권은 동산 이외에 부동산에도 인정되므로 ‘시계’ 대신 ‘건물’을 대입하여도 결론은 같다.

부동산 경매(競賣)절차에서 낙찰대금이 지급되면 부동산은 낙찰자의 소유이다. 낙찰자는 대금 완납 후 6월내에 부동산 인도명령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인도청구소송과 같은 정식의 재판절차가 아니라 간이한 소명만으로 부동산을 넘겨받을 수 있는 신청권이다. 인도명령신청 사건은 사법보좌관규칙 개정으로 2020년 7월부터 법관이 아닌 사법보좌관의 담당 업무로 편입되었다.

경매로 인해 소유권을 상실한 자, 경매로 소멸하는 임차권 혹은 전세권을 보유한 점유자는 낙찰자에게 소유권 내지 점유권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이들에 대한 인도명령은 인용된다. 다만 유치권 항변자가 있다면 그 불성립이 명백하지 않는 한 사법보좌관은 신청을 기각하여 당사자들이 정식재판을 통해 유치권 존부(存否)를 판단받도록 해야 한다. 공사업자와 채무자가 모두 ‘회사’라고 하여도 공사업자는 상사 유치권 이외에 민사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고, 유치권자는 채무자나 낙찰자로부터 공사비를 전부 받을 때까지 건물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