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이상기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일상의 변화를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작은 실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가 뜨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는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며 폐기물이 나오는 걸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춘 원칙을 말한다.
제로 웨이스트의 일환으로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의 불필요한 사용을 줄이려는 다양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그 중 특히 '무포장'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경기지역 가게들을 소개한다.
■"개인 용기 가져오세요!"
무포장가게란 일회용 및 과대포장을 유통과정에서 제한하고, 소비자가 용기를 가져와 포장 쓰레기를 줄이는 행동을 환영하는 곳을 말한다. 가게마다 판매하는 제품의 특징이 있고, 당장 포장을 없애지 못하는 제품도 있지만 변화를 이끄는 데 의미를 둔다.
무포장가게 프로젝트에는 제로 웨이스트샵 뿐 아니라 커피숍, 식당, 베이커리, 서점, 꽃집, 편집샵 등 다양한 업종의 가게가 전국적으로 참여한다. 배달음식 등에서 생겨나는 포장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개인 포장용기를 환영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게들이다.
■동그라미 리필러리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샵 '동그라미 리필러리'는 주인장이 당장 내가 쓰고 싶은 제로웨이스트 물건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직접 차린 가게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 지금보다는 나은 지구를 선물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환경 이슈에 마음을 쓰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동네에 이런 곳이 있으면 더 자주 제로웨이스트 물건을 사지 않을까 싶어 사는 곳 주변에 가게를 열었다.
리필러리 앞에 붙은 동그라미는 지구, 순환, 연결을 뜻한다. 필요한 양만큼 재서 사갈 수 있는 세제가 스테디셀러이고, 작가가 만든 양파망 쓰루백이 핫템으로 선보여진다. 주인장이 바빠 며칠 문을 못 열고 있으면, 그 사이에 사람들이 일반세제 쓰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며 대신 가게를 봐주는 단골들이 있는 사랑받는 가게다.
■페어라이프센터
화성시 봉담읍엔 공정무역 카페 ‘맑은 샘’, 어린이 도서관 ‘책 놀이터’, 마을서재 ‘책의 정원’등의 공유 공간을 통해 마을과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마을만들기 NGO’인 페어라이프센터가 있다.
공정무역 원두로 내리는 맛있는 커피와 다양한 공정무역 아이템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부엌 공간은 물론 냉장고, 그릇, 책 등을 모두 내 것처럼 편히 같이 쓸 수 있다.
공정무역물품과 제로 웨이스트 물품을 손수 만드는 워크숍도 종종 열린다. 공정하게 나누고 더불어 행복해지는 길 찾기에 마을 사람들과 손 꼭 붙잡고 함께하려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 화성 봉담리를 홍대 못지않게 핫한 '봉리단길'로 만들고 싶은 야심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추진력 가득한 활동가들이 모인 곳이다.
■가치상점
동네에서 1분거리에 있던 ‘가치가게’를 기웃거리다 가치가 맞아서 같이 차리게 된 숍인숍 가치상점은 수원시 권선구에 자리한다. 제로 웨이스트 할 수 있는 물건을 좀 더 쉽게 수급하기 위해 수원지역 ‘작은 지구를 위한 실험실’을 비롯한 환경 관련 활동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가게엔 라면, 국수처럼 생활밀착형 제로 웨이스트 소품들이 가득하다. 군더더기라고는 단 하나도 허락하지 않는 주인장의 뚝심으로 사치와 허영, 넘치는 것은 일절 찾아볼 수 없다. 제로 웨이스트 한 번 하려고 해도 다 서울로 가야 하는 상황이 불편해서 사는 곳 1분 거리에 차린 상점이다.
제로 웨이스트의 출발은 로컬, 동네에서 생산하고 소비한다는 진리를 실천하고 있다. 물품리스트 하나 없고, ‘살 수 있을 때 살 수 있을 만큼만 갖춰놓자’ 하는 알뜰 정신으로 운영된다.
글_이연우기자
사진_경기문화재단 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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