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경기] 백남준 탄생 9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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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ON] 백남준 탄생 90주년…작품을 통해 본 그의 예술 세계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트 거장 백남준(1932~2006년)이 올해로 탄생 90주년을 맞았다. 100주년도 아닌 90주년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그만의 예술 세계를 짚어온 예술인들에겐 그의 족적을 한 해 한 해 밟는 모든 순간이 깊은 의미를 갖는다. 백남준은 자신의 예술 성향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돌아보며 근본을 탐구하는 과정을 '아방가르드의 고고학'이라 불렀다. 그가 태어나고 나서 90년이 지나기까지 예술계에서 어떠한 아방가르드의 고고학이 축적돼 왔을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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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디즘에 빠진 백남준이 '텔레비전'에 꽂히기까지

백남준의 예술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매체'다. 1977년 그가 발표한 음반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를 비롯해 <자화상>(1998), <전자 초고속도로>(1994~1997), <사이버포럼>(1994) 등에 이르기까지 그는 새로운 매체를 꾸준히 고민하고 탐색했다.

열다섯의 백남준은 "쇤베르크가 가장 극단적인 전위주의자"라는 말에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전위적'이라는 말을 듣고 제 인생 방향을 정했단다. 그가 아방가르드에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이 자신의 유전자로부터 유래한 것, 즉 자신의 본래의 성격에 아로새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백남준은 이러한 아방가르디즘이 자신의 삶을 항상 새로운 예술로 잡아끄는 근원이었음을 고백했다. 그가 '멀리 보는 기계', 즉 텔레비전(tele-vision)에 끌렸던 연유를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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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의 발전·정보의 축약…새로운 패러다임 예상

그의 대표 작품을 보자.

먼저 1974년 제작한 <TV 부처>다. 불상과 TV 모니터가 마주보고 있는 형식으로, 모니터 뒤편에 설치된 CCTV가 불상을 실시간으로 찍은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기 때문에 부처는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는 구도가 된다. 종교적 구도자이며 동양적 지혜의 상징인 부처와 현대문명의 상징이자 대중매체인 텔레비전의 대비, 그리스 신화의 나르시시즘과 선불교의 명상을 전자적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점 등 많은 주제를 담고 있다.

또 1993년 CRT TV 모니터 1대와 철제 TV 케이스 10대 등을 활용해 만든 <칭기즈 칸의 복권>도 눈에 띈다. 이 작품은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가 광대역 전자 고속도로로 대체된 것을 형상화했다. 20세기의 칭기즈 칸은 말 대신 자전거를 타고 있으며, 잠수 헬멧으로 무장한 투구와 철제 주유기로 된 몸체, 플라스틱 관으로 구성된 팔을 가지고 있다. 네온으로 만든 기호와 문자들이 텔레비전 속을 채우는데, 이는 전자 고속도로를 통해 복잡한 정보들이 축약돼 전달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래'가 올 것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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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는 동시대 예술을 지탱하는 힘"

지긋이 백남준의 생애를 보노라면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새 지평선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그려진다. 위성 방송을 통해 멀리 여행하고자 했고, 그 여행의 종착지가 우주라는 광활한 땅임을 아는 이들은 안다.

용인 백남준아트센터는 이러한 백남준을 조명하며 오는 9월18일까지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Archaeology of Avantgarde)>전을 개최한다. 이수영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는 "백남준이 없는 아흔 번째 생일잔치를 준비하며 아방가르드로 되돌아가고자 한다"며 "아방가르드를 지나간 미술사의 한 페이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예술을 지탱하고 숨 쉬게 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근원적인 힘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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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이연우기자

사진_백남준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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