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카 의혹’ 철저히 수사하되 보복·편파 논란 없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4일 경기도청 총무과, 의무실 등에 수사관 10여명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김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수행비서 채용, 불법 처방전 등 정당과 시민단체가 제기한 의혹 전반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의 압수수색은 경기도청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지 10일 만이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달 25일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 핵심 인물인 전 경기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 배모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을 적용해 경기남부청에 고발했다. 배씨가 현재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경기도의 조사가 어렵다고 판단, 경찰에 진상 규명을 의뢰한 것이다.

이 사건은 배씨 지시를 받고 법인카드로 소고기·초밥 등을 사서 김씨에게 배달하거나 약을 대리 처방받아 전달했다는 전직 경기도 7급 공무원의 제보로 불거졌다. 배씨는 이 전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임 당시 김씨와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경찰은 대선이 끝난 후 김씨의 수행비서 채용 및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을 고발한 장영하 변호사를 불러 조사했다. 장 변호사 등 국민의힘은 “혈세로 지급하는 사무관 3년치 연봉이 ‘김혜경 의전’에 사용된 것 아니냐”고 비판했었다.

법인카드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탄 가운데 경찰은 배씨와 김씨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배씨 선에서 자발적으로 카드 유용을 결정했는지, 김씨 등 ‘윗선’이 지시하거나 방조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압수물 분석 등을 거친 후 김혜경씨 소환도 불가피해 보인다. 김씨는 대선을 한 달 앞둔 2월9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제가 져야 할 책임을 마땅히 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만큼 이번 경찰 수사는 당연한 수순이다. 경찰의 첫 강제수사에 대해 민주당은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입맛에 맞는 ‘코드 맞추기’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수사 범위 등을 둘러싸고 정치공방이 예견된다.

민주당 주장대로 ‘코드 맞추기’나 ‘보복 수사’는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경찰은 그런 의구심이 들지 않도록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권력 눈치보기 등 편파 수사는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킬 뿐이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되 오해 소지는 없어야 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또 다시 진흙탕 싸움에 빠지게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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