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선거, 중앙정치에 예속되면 안된다

6·1지방선거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여야 모두 서서히 공천 경쟁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양당의 총력전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선거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고, 민주당은 대선 패배를 딛고 집권여당의 견제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최근 소속당 의원들에게 “진짜 대선은 6월1일이라고 생각해달라”며 지방선거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대통령 취임 후 22일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거대 야당의 입법권력과 지방권력에 둘러싸여 집권 초기 국정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는 식물정부가 될 수 있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 또한 ‘사즉생의 각오로 당의 모든 인적 자원을 총동원할 것’ ‘윤석열정부 견제에 총력을 쏟을 것’이라며,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역할론까지 기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여야 모두 지방선거를 ‘대선 연장전’으로 여기고 선거전략을 짜는 듯한 모습이다. 지방선거 이슈는 사라지고, ‘중앙정치의 지방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당내 경선에 나섰다가 패배했거나 대선 직전 사퇴한 인물들이 지자체장 도전장을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윤 당선인의 의중을 뜻하는 이른바 ‘윤심’(尹心)이 지방선거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그렇다.

이런 현상은 경기지역에서 두드러진다. 경기도지사직은 대선후보들의 재도전 디딤돌처럼 여겨진다. 경기도와 정치적 인연이 없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경기도의 미래 비전,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한 콘텐트로 도민의 선택을 받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대구·경북의 꼿꼿한 선비정신을 제 몸에, 핏속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던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했다. 이들이 경기도의 미래와 비전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숙고의 시간을 가졌는지 의문이다.

여기에 윤 당선인의 복심인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경기지사 출마가 유력해지면서 열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재명 저격수’로 활약한 김 의원과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키려는 범진보 후보들이 ‘윤심’(尹心)과 ‘이심’(李心)으로 나뉘어 대리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민 전 의원의 독주가 예상됐던 국민의힘 내부 경선도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선거가 전면 실시된 1995년 이래 8번째다. 지방이 중앙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지방선거에 지방이 잘 보이지 않는건 안타까운 일이다. 지방 일꾼을 뽑는 선거에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후보들이 적임자라고 하는 건, 지방선거 본연의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 지방선거가 자꾸 중앙정치에 예속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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