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윤석열 검사와 박근혜 피의자, 바뀐 것은 없다

유죄 ‘국정 농단’을 왜 사과하나
사면 된 朴, 과도한 측근 챙기기
만남 평가 할 국민 시선 매섭다

“검사들 사주를 보면 깡패나 백정과 같이 나온다.” 검찰 출입기자 시절 들었던 말이다. 팔자가 사납다는 얘길 거다. 윤석열 당선인도 검사였다. 그 중에도 지독하다는 특수부 검사였다. 그가 수사하는 걸 보면서 국민이 환호했다. 응원단의 깃발은 매번 바뀌었다. 2017년에는 파랑, 2020년에는 빨강이였다. 흐름이 우파에 가 있을 때 승부수를 띄웠다. 별의 순간을 잡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권력의 주인이 됐다. 오늘 대구를 간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사과를 할 것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 사과를 받을 것인가’.... ‘윤석열 사과 뽑아 내기’다. 지겨울만도 한데 계속 된다. 처음은 대권 도전 선언 직후였다. 작년 7월20일, 대구를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지역 방송이 예상대로 그 질문을 했다. ‘적폐 수사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윤 전 총장이 답했다. “...마음 속으로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 언론은 이를 이렇게 옮겼다. ‘윤 전 총장 대구 찾아 사과’ ‘박 전 대통령에 송구하다’.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윤석열 사과 뽑아 내기’는 계속된다. 그해 9월17일 사달이 났다. 박정희 생가를 찾은 그가 봉변을 당했다. 빗 속에서 몸싸움에 휘둘렸다. 경찰이 말렸지만 아수라장이 됐다. 친 박근혜 성향 인사 100여명이 그를 에워쌌다. “죄도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사람이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이곳을 찾았다”며 성토했다. 두 달 전 사과로는 직성이 안 풀린 듯 했다. 윤 전 총장은 아무 말 없이 떠났다. 뭐라고 말해 볼 기회조차 없었다.

후보가 돼도 ‘윤석열 사과 뽑아 내기’는 여전했다. 2021년 12월24일,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됐다. 여기저기서 찾아가서 사과하라고 했다. 몇 번이고 예상 기사도 나갔다. 하지만 매번 이뤄지지 않았다. 아마도 허락을 받지 못 한 듯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출소 성명이 있었는데, 거길 보면 이해가 된다.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 사면 결정을 내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윤석열’은 없었다. 사과 받지 않겠다였다.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런데도 ‘윤석열 사과 뽑아 내기’는 변함 없다. ‘방문’이 언제일지 다들 관심이다. 그 사이 박 전 대통령은 대구로 내려갔다. 지지자들이 찾으면서 성지가 됐다. 거기를 오늘 가는 것 같다. 당선인이 찾아 가고, 박 전 대통령이 맞는다. 이번에도 방문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언제는 간다고 했다가. 언제는 오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가. 도대체 왜 이래야 하는 건지. 경호 경력 쭉 거느리고 거기까지 가야 하는 건지. 또 사과를 해야 하는 건지.

검사는 수사로 말한다. 그래서 사과도 사건에서만 한다. 무죄가 나면 사과해야 한다. 수사가 부실했음을 사과해야 한다. 피의자가 억울했음에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아니다. 1, 2, 3심을 통해 유죄로 마무리 됐다. 징역 22년으로 형량도 최종 확정됐다. 확정된 유죄가 무죄로 바뀌는 절차가 있다. 재심 청구를 통해 다시 재판해야 한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재심 청구 얘기를 한 적도 없다. 이의제기도 없는 징역 22년 확정 사건이다.

사면? 그건 죄를 인정하고 용서 받는 것이다. 베풀어준 은혜에 자중하고 사는 게 옳다. 전두환, 노태우의 사면 여생이 그랬었다. 그런데 사면된 박 전 대통령은 많이 다르다. 사저에서 요즘 이해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측근 변호사가 대구 시장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과 무관한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의외 상황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지지 연설도 했다. ‘힘들었던 5년 시간’ ‘선공후사 도시 대구’ ‘모두 떠날 때 곁을 지켜준 사람’....

국정 농단이 보수를 궤멸시킨 5년, 그 기간 수모는 보수 국민이 다 받았다. 등록 막판 내 사람 끼워 넣기, 선공후사 대구라면 생각도 못할 일이다. 곁을 오래 지켰으니 챙겨야겠다는 논리, 그래서 품었던 인연이 최순실이었다. 하필 이런 때 대통령 당선인이 간다. 당선인이 정한 날은 아닌 것 같고. 조율 받아 정한 날 같은데. 그래서, 안 봤으면 하는 기사들이 있다. ‘윤 당선인, 국정 농단 수사 사과’가 하나고, ‘박 전 대통령, 유영하 공천 부탁’이 다른 하나다.

한때는 검사였잖나. 수사 사과하면 안 되는 것이다. 한때는 피의자였잖나. 또 측근 정치하면 안 되는 것이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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