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은 이구동성 ‘통합’을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열-이재명 후보 간 득표율 격차는 0.73%였고, 이 수치는 국민이 두 진영으로 반분됐음을 상징한다. 갈등과 대립을 통합하는 것은 정치의 정상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은 대선 결과 발표 이후부터 뒤틀렸다. ‘광화문시대’를 열겠다던 당선인은 당선 3일만에 광화문 청사가 불가능하니 국방부가 있는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밝혔다. 국민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으나, 당선인은 밀어붙였다. 그러니 역대 당선인 중 최저 지지율이 나온 것이다. 불통의 리더십으로 인식되면서 다른 정책 추진도 국민은 의심하게 됐다. 거기에 한동훈을 법무부장관으로 지명했다. ‘불통’의 리더십에 독선·독주의 이미지까지 결합되고 있다. 협치와 통합을 주장하며, 한동훈을 지명하는 상황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민주당은 어떠한가. 민주당은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 수사권은 경찰로 넘기고 중장기적으로 한국판 미국 연방수사국(FBI)을 추진하겠다고 결정했다. 수사-기소의 분리야 문재인정부의 대선공약이니 그렇다 하더라도 수사권의 경찰로 이관에 대해 국민이 동의할지 모르겠다. 현재도 95%의 수사를 경찰이 담당하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성격을 본다면 수사 공백의 차질을 우려하는 여론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사회적 토론과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입법이 추진돼야 검찰개혁이 제 궤도에 올라설 수 있다. 이마저 국민이 둘로 나뉘어 다투고, 국회는 입법 강행과 저지로 맞서고, 검찰과 경찰은 자기 권한 지키기와 새로 만들기로 계산기를 두드려서야 되겠는가. 매번 의회 권력이 바뀔 때마다 법안 바꾸기에 나선다면 법의 안정성이 지켜지겠는가.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정당성과 개혁을 주장한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국민과 소통할 수 없고 ‘제왕적 권력욕’에 빠지니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강변한다. 이때가 아니면 검찰개혁은 불가능하니 반드시 처리해야만 한다고 강변한다. 그런데 국민에게 묻지 않는다. 사회적 토론도 없다. 그러니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질 턱이 없다. 매번 정치권이 던진 화두를 둘러싸고 국민은 갈등하고 반목한다. 『서경』의 ‘민시민청(民視民聽)’ 테제처럼 백성의 눈만큼 보고 백성의 귀만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민본(民本)의 정신은 이렇게 구현되는 것이다. 신동엽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김종욱 동국대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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