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설토 투기장 활용은 서남해안 지역 모두의 관심사다. 전라도, 충청도 등의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군산항이다. 금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에서 토사 준설이 이뤄지고 있다. 매년 100만㎥씩의 토사가 나왔고, 이걸 투기해 온 곳이 금란도 투기장이 있다. 투기장이 가득 차면서 부지 활용 작업이 시작됐다. 군산 내항, 근대역사문화와 연계한 해양 레저 및 생태 공원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전북도가 이미 관련 용역을 시작했다.
준설토 투기장 구상이 안산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안산 탄도항 준설토 투기장 조성 사업이다. 마리나 베이 항구 개발, 전곡항·탄도항 등 지방 항구 5개소 항로 개척 사업에서 나오는 준설토다. 다 매립되면 8만1천㎡의 새 부지가 생길 전망이다. 여기에 어선 수리 시설, 창고 등 어민에 꼭 필요한 시설들을 입주시킨다는 구상이다. 현재 이 일대는 변변한 수리 시설이 없다. 때문에 어민들이 어구 수리를 위해 원정을 다니고 있는 형편이다.
어민들이 투기장 활용 계획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된다. 당연히 잘 추진 될 것이라고 봤는데, 취재 결과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가장 기본적이라 할 준설토 매립 양, 즉 매립 완료 예측을 잘못한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라면 매립 완료 예정은 올해 연말로 8개월 남았다. 현재 매립 진행률 42.8%다. 7만㎥의 준설토가 들어가야 완료되는데 현재까지 매립된 양은 3만㎥다. 지난해까지 매립된 토사는 한 해 평균 6천㎥다. 앞으로 6년을 더 채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준설토 특성상 지반 안정화 기간도 필요하다. 대략 2~3년 걸린다. 결국 예상보다 10년 가까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어떻게 예상했길래 이런 착오가 생겼나. 현장 기본 조사를 하기는 한 것인가.
“앞으로도 어선이 고장 날 때마다 수백㎞씩 싣고 가서 고쳐와야 하는 데 캄캄하다.” 한 지역 어민의 하소연이다. 우리가 이 문제에 접근한 것은 관광 시설, 레저 시설 등의 화려한 청사진 때문이 아니었다. 어렵게 생활하는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해 필요하다고 봤던 것이다. 간단한 고장에도 어선 어구를 버려둬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경기도에 이런 여건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투기장 매립하면 이걸 개선해 준다기에 잘 돼가는지 들여다 봤던 것이다.
우리가 판단할 때, 준설토 투기장 청사진은 10년 뒤로 확 밀려나게 됐다. 솔직하게 말하면 10년 뒤에도 확실히 들어선다는 보장이 없다. 왕창 틀린 계획서 붙들고 있지 말고, 눈에 보이는 대책부터 고민하는 게 옳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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