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무 역사는 국가가 성립되면서 시작됐다. 민주국가가 성립된 이후 국민이 국가를 위해 국가안보 활동에 참여할 의무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병역의무는 국가 존속을 위한 일종의 사회적 합의인 것이다. 초기 국가에서 병역의무는 국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만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는 전쟁에 참여하는 남성만이 시민권을 가지고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국민개병제’를 원칙으로 한 징병제 국가다. 징병제는 한국 전쟁 발발 직후인 1951년부터 실시됐다. 우리 병역제도는 현역, 상근예비역, 전환복무, 사회복무요원, 대체복무요원,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다양하며 세부적으로는 더욱 복잡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마치 병역 특례를 위한 제도를 기술적으로 만들어 온 느낌 마저 든다. 그동안 보편적 국민이 이행해야 하는 병역의무를 소수를 위한 특례만 고려하였고 병역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형태의 복무 등 다양한 병역의무 이행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최근 국회는 BTS 등 대중예술인과 스포츠 선수 가운데 국제대회 입상 기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 신기록을 수립한 높이뛰기 종목 우상혁 선수 등을 병역특례 대상으로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예술·체육요원에 대한 병역 특례 논란은 여러 차례 있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 경기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 명망 있는 국내외 콩쿠르에서 입상한 순수 문화예술인은 병역 혜택을 받고 있는데, 크게 국위선양을 하는 대중문화 예술인은 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위선양의 ‘원칙’과 ‘기준’을 정하는 문제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한편 BTS 등과 관련된 병역 특례에 대해 국민 여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20대 남성들은 공정성 문제로 차가운 반응도 보이고 있다.
이제는 BTS나 일부 체육 특기자에 대한 병역 문제를 땜질식으로 논할 것이 아니라 병역제도 전반에 대한 포괄적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앞세워 군사적 위협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인구감소로 병역자원이 부족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10위권의 선진국 반열에 서 있다. 과거 성장기 시대에 만들어졌던 병역 특례 제도를 근본적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원칙과 기준이 적용되는 혁신적인 병역제도 개선을 기대해 본다.
김진형 숭실대 정보과학대학원 겸임교수·예)해군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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