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코로나19의 잔상, 일상 위협하는 '무법질주' 이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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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방역 당국이 2년 넘게 이어오던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를 종료하면서 ‘엔데믹’을 향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일상의 변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이륜차’다.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며 배달이 늘어났고 그에 따른 이륜차 운행이 증가하면서 사고 또한 급증한 것이다. 일상의 편리함으로 자리잡은 배달 문화는 앞으로도 확산될 전망. 도로 위 무법자로 변질된 이륜차의 위험성을 분석하고, 무법질주를 안전하게 바로잡을 경찰의 대책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1. 신호등도, 보행자도 무시하는 이륜차…언제 가장 위험할까


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륜차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20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륜차 법규 위반 적발 건수는 지난 2019년 4만2천686건에서 2020년 10만3천628건, 2021년 18만954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내 유입의 기점이 된 2020년 들어 법규 위반 사례가 2배 이상 급격히 늘어났고 이후로도 증가세는 계속되는 양상이다.

법규 위반 사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신호 위반’이다. 지난해 기준 5만7천564건(31.8%)이 신호 위반으로, 3건 중 1건의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안전모 미착용, 안전운전 의무 위반, 중앙선 침범, 무면허 등 순으로 집계됐다.

이륜차의 무법질주 속 교통사고도 늘고 있다. 경기남부권 이륜차 교통사고는 지난 2019년 3천382건, 2020년 3천699건, 2021년 3천989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 기간 이륜차 사고로 196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만 1만4천607명(중상 3천79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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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이 같은 이륜차 교통사고를 발생 시간대별로 분류하면, 점심·저녁 시간대에 몰리는 양상이 나타난다.

지난해 이륜차 교통사고 3천989건 중 805건(20.2%)은 오후 6~8시에 집중됐다. 이어 600건(15.1%)은 오후 8~10시, 505건(12.7%)은 낮 12시~오후 2시에 발생했다. 해당 시간대는 모두 ‘식사’ 또는 ‘배달’과 밀접한 시점으로, 배달 문화 확산에 따른 이륜차 운행의 급증이 교통사고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륜차의 질주가 비단 보행자만 위협하는 건 아니다. 운전자 본인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실제로 올해 초 성남시 분당구의 봇들사거리에선 신호를 어기고 이륜차로 좌회전을 시도하던 60대 배달원이 맞은편에서 직진하던 승용차에 치여 숨진 바 있다.

일선 교통현장에서 단속에 참여하는 수원지역 경찰서 소속의 한 경찰관은 “오토바이는 후면에만 번호판이 달려 있어 카메라로 추적하는 것도 어려운데, 직접 추적하려 해도 줄지은 차량 틈으로 빠져나가는 탓에 붙잡기 쉽지 않다”며 “무리해서 추적을 하다 보면 되레 사고를 일으킬 위험도 커 현장 단속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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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륜차 법규 위반을 단속하기 위해 배치한 암행순찰차.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2. “이륜차의 안전, 곧 보행자의 안전” 경기남부청, 총력 대응


코로나19가 남긴 잔상 중 하나인 ‘이륜차의 위태로운 질주’를 바로잡기 위해 경찰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우선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3월부터 내달까지 ‘배달 이륜차 사고 예방대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매주 2회씩 배달 이륜차를 대상으로 일제단속을 벌이는 것이다. 아울러 경찰은 상가밀집지역 등 187곳을 질서확립구역으로 선정, 배달대행업체 현황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전년 대비 이륜차 사고 발생과 사망자 수가 함께 늘고 있는데, 경찰은 사망자 중 40%가량을 배달종사자로 추정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배달 주문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배달종사자의 법규 위반과 사고 위험을 높였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기존의 무인카메라 단속의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경기남부청은 암행순찰차를 이륜차 단속에 동원하고 교통싸이카, 경찰 기동대까지 집중 배치하며 교통사고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현장 단속과 캠코더를 비롯한 장비를 활용한 단속 또한 확대 병행하면서 전방위적인 단속에 착수했다.

가장 이목을 끄는 건 경기남부청의 ‘교통안전지도’ 제작이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의 교통사망사고 빅데이터를 시각화해 교통안전활동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경기남부청은 지리정보응용프로그램(Q-GIS)을 활용한 이 지도에 이륜차는 물론 모든 교통사망사고에 대한 지역별 분석을 담았으며, 사망사고 다발 구간 등을 표시해 일선 경찰서에 배포했다. 해당 지도를 토대로 교육·홍보와 집중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도로관리청 등 유관기관과 함께 교통안전시설 확충에도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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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암행순찰차를 투입해 이륜차 법규 위반을 단속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찰의 빅데이터가 담긴 교통안전지도로 경기남부권을 들여다 보면 집계기간 동안 총 2천198건의 교통사망사고가 벌어져 2천260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이륜차 관련 사고는 311건으로, 이들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320명에 이른다. 또 일례로 수원시의 경우 5년간 159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이 가운데 21명(13.2%)이 이륜차 사고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경수 경기남부청 교통안전계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이륜차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도경 주관으로 주 2회 일제단속과 더불어 31개 경찰서에서 상시단속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륜차 배달원 등이 법규를 준수하며 ‘조금 늦더라도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도록 고객들의 적극적인 배려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이륜차의 번호판 전면부착’을 비롯한 단속 시스템의 개선도 현실화도 시급하다. 내달 취임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번호판 전면부착 의무화와 함께 운행기록 장치 설치 시 보험료 할인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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