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하필왈리’식 ESG 접근에 대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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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 사회, 거버넌스)와 관련한 강연 및 자문 요청이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기업, 정부, 공공기관, 교육기관, 언론 등이 ESG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ESG에 대한 논의와 조직의 대응을 보면서 약간의 걱정과 우려도 생긴다.

맹자(孟子)의 양혜왕상(梁惠王上)편에 ‘하필왈리(何必曰利)’라는 말이 나온다. 자국의 이익을 묻는 왕에게 맹자는 왜 하필 이익(利)을 언급하냐고 일갈하면서 인(仁)과 의(義)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유명해진 말이다. 최근 ESG에 대한 논의를 보면서 맹자의 말을 조금 비틀어 이렇게 얘기해 보고 싶다. ‘하필불왈리(何必不曰利)’, 즉 왜 이익은 말하지 않는가? 재무적 성과는 도외시하고 비재무적 성과만을 강조하는 것이 ESG 경영의 전부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하필왈리(何必曰利)’식 접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조직의 성과는 크게 재무적 성과와 비재무적 성과로 구분할 수 있다. 재무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성과도 동시에 중시하는 경영이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재무적인 성과인 경제적 성과, 비재무적 성과인 환경적·사회적 성과를 모두 중시하자는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논의가 근대 기업 역사 속에서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왔다. 세 가지 성과를 TBL(Triple Bottom Line) 혹은 3P(Profit, Planet, People)라고 부르기도 한다. ESG는 비재무적 성과인 환경적·사회적 성과에 의사결정 구조와 프로세스를 의미하는 거버넌스를 붙여서 작명한 단어다. 기존의 논의를 뒤집는 대단하고 획기적인 기업경영의 혁신 프레임워크가 절대 아니다.

ESG 성과를 관리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것도 수용해야지만, 경제적 성과(Profit)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 ESG 경영은 철저하게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수많은 ESG 이슈 중에서 우리 조직과 관련된 이슈(Relevant Issues)를 식별하고, 그 중에서도 시급성이나 중요성 관점에서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핵심 이슈(Material Issues)에 조직의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전략적인 접근이다. 모든 조직은 예외 없이 가용한 자원이 유한하고, 유한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해야 경영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환경·사회적 성과를 조화롭게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의 ESG 광풍 속에서 바야흐로 하필불왈리(何必不曰利)를 생각해야 할 때다.

이현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신한대 ESG혁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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