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층건물 소방장비 확보, 국가지원 절실하다

누가 더 높은 건물을 짓는가 내기라도 하는 것 같다. 이제 40층 건물은 높다고 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 최고층 건축물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123층(555m), 부산 해운대 엘시티는 101층(412m)이다. 경기도에선 화성 동탄의 메타폴리스가 66층으로 제일 높다.

건축법에 따르면 고층 건물은 통상 건물 높이 120m 이상이거나 30층 이상인 건축물을 일컫는다. 고층 건축물은 스카이라인을 재구성해 일대 랜드마크로 평가받으며 인기가 높다. 탁 트인 시야 확보가 가능해 산이나 강이 인접한 곳의 고층 단지에선 자연조망을 즐길 수 있고, 도심에선 시티뷰를 누릴 수 있어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재가 났을 경우를 상상하면 우려되는 바가 많다. 고층건물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이를 신속하게 진압할 수 있는 소방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은 화재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소방 장비와 인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소방 장비 부족과 노후화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다. 경기도내에는 고층건물 화재 시 신속하게 진압할 수 있는 70m 굴절차가 3대뿐이다. 화성·일산·부천소방서에만 있다. 인구 100만명이 넘고 고층건물이 많은 수원시·성남시에도 없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70m 굴절차는 굴절된 사다리를 최대한 뻗었을 경우 아파트 기준 23층까지 닿아 인명구조 작업을 펼칠 수 있다. 초속 12m의 강한 바람에도 작업이 가능하며, 물은 최대 높이 90m(아파트 기준 30층)까지 뿌릴 수 있다. 이 때문에 70m 굴절차는 고층건축물 화재 발생 시 내부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화재 진압이 가능하다.

경기도내 21층 이상 건축물은 2018년 7천523개소, 2019년 8천478개소, 2020년 9천235개소, 2021년 9천856개소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30층 이상에서 발생한 고층건물 화재 건수는 총 155건으로 집계됐다. 고층건물이 크게 늘었지만 70m 굴절차 등 장비가 부족, 소방관들은 고층 진입을 위해 계단 등으로 올라가 옥내소화전 등 건물 내 소방시설을 활용해 화재를 진압한다. 화재 대응도 늦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 골든타임을 놓쳐 인명·재산 피해가 크고, 소방관들의 사고도 커질 수밖에 없다.

70m 굴절차는 1대에 13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소방 장비는 도비로 구입하고 있어 고가 장비는 예산 마련이 쉽지 않다. 화재 초기 진압과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70m 굴절차를 신속히 확보하되, 국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전문인력 확충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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