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꾸러기’를 기다리는 다채로운 무대들이 29일 막을 올린다. 이날부터 어버이날(5월8일)까지 11일 동안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선 ‘제1회 어린이 연극축제’가 열린다. <엄마이야기>, <크로키키 브라더스>, <바다쓰기> 등 세 작품(총 14회)을 선보이는 경기도극단은 어린이를 메인 관객으로 모시는 첫 도전에 나섰다. “어떤 관객이 올지 궁금하다”던 한태숙 극단 예술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 감독은 이번 어린이 연극축제를 준비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울고 우는, 더러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하는 어린이가 많이 오길 기대한다”며 “장난꾸러기가 많이 와도 좋다. ‘누가 이기나’ 내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답했다.
동화들이 가진 탄탄한 이야기와 특유의 상상력을 무대에 구현하는 만큼, 어린이는 물론 성인까지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주로 연극은 ‘어른의 눈’에 맞춰져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작품은 풀어내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텐데, 한 감독 역시 “고민이 된 부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스 안데르센의 명작동화 ‘어머니 이야기(The Story of a Mother)’를 각색한 <엄마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한 감독은 “엄마가 죽은 아들을 찾아가는 과정은 ‘실제’가 아니라, 일종의 ‘애착’이다. 이러한 철학적 차원의 개념을 영·유아, 어린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했다”며 “그런데 그 지점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사랑에 대한 절대적 확신이랄까…. 현실에서의 엄마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모든 자식은 너를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엄마가 있다’고 믿어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극(劇) 속이든 아니든 죽음은 슬프다. 특히 ‘산 사람’에게 그렇다. 한 감독은 “그러한 점을 관객들 마음에 닿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 경기도극단은 어린이 연극축제 외에도 6월 <파묻힌 아이>, 11월 <맥베스>를 계획하고 있다. 한 감독만의 심오함과 진중함이 뚝뚝 묻어나는 작품이다. 이 외에도 한 감독이 마음을 둔 주제는 ‘동물’이다. “앞으로 동물들 이야기를 주제로 한 공연을 하고 싶다. 상상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무서운 동화를 극으로 풀어내고 싶기도 하다”며 “사실 기운이 없으면 감정 소모가 큰 작품은 버거울 수 있는데, 상상 속에서의 내 무대는 여전히 힘이 세다”고 가볍게 웃었다.
당장의 작은 꿈과 언젠가 이루고픈 원대한 꿈은 ‘미정’이다. 한 감독은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싶다”며 “간혹 우울한 생각이 고였다가 하천으로 빠지는 듯한 경험을 하는데, 아이들을 볼 때는 기쁨이 차오르곤 한다. 그러한 ‘어여쁨’이 나의 영감이 되는 삶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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