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그냥 맘껏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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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장

어느 아침, 지리산에 사는 친구가 보내온 우전차를 마시는 시간, 아내가 얘기했다.

“우리보다 앞서 수천억명이 살다 간 이 지구별에 지금은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마치 기적 같아!”

그렇다. 얼마 전 별로 돌아가신 이어령님을 비롯한 김대중, 세종대왕 등 이 지구별에서 자기 몫의 삶을 살다가 이젠 별이 된 셀 수없이 많은 분들이 있다. 그들도 분명 ‘나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별로 돌아가셨으리라.

인생은 어차피 정해진 자기 시간을 사는 것이다. 어느 순간이 되면 ‘나’라는 존재는 안개처럼 증발할 것이고 나의 분신 같았던 나의 자녀들 역시 자신의 삶을 살다가 또한 소멸할 것이다.

현재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존재와 생명들은 나와 같은 시간대를 살다가 어느 시간에 다다르면 그리 크지 않은 시간 차로 연기처럼, 안개처럼 변화하며 소멸한다.

마치 같은 뗏목을 타고 가듯이 나와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수십억명의 사람들과 같은 시간대에 함께하는 모든 자연까지 통틀어 ‘이웃’이라 칭한다.

젊은 시절, ‘삶의 의미와 제대로 사는 것은 무엇인가’가 궁금했다. 나보다 앞서 살다 간 선인 중 삶의 정답을 알아낸 분이 혹시 있을까 하여 석가, 예수, 모하메트, 소크라테스 등 많이도 찾아다녔었다.

치열하게 60년을 살아보니 이제 내 삶의 방식이 나름 정리됐다. 그것은 우주의 진실은 내가 수백년을 더 살더라도 오직 모를 뿐이니 그저 나의 지식의 범주에서 마음껏 살기로 했다.

지구가 네모라고 생각했던 선조들도 나름 진지하게 자신들의 삶을 영위했듯이 지금 나의 삶이 머물러있는 시간대의 진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나에게는 최선의 삶이라는 생각이다.

즉, 현재까지 명쾌해진 ‘사실’만을 근거로 나의 철학을 정리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는 미래 세대에 맡기고 ‘우주 안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나의 소멸과 죽음을 명쾌하게 받아들이면 나의 삶 역시 명쾌해진다. 굳이 언제일지 모를 나와 이웃들의 부재를 걱정하지 말고 오직 기적같이 주어진 현재의 나의 존재를 맘껏 즐기며 살자는 것!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선물임을 늘 깨우치며 현재 나와 나의 이웃들은 지구별의 시간 여행자임을 정확히 인지하고 여행이 끝날 때는 반드시 두고 가야 하는 지구별에서의 작은 소유에 집착하지 말자.

내게 주어진 분량의 재능을 완전히 연소시키고 나의, 여행 마지막 날, ‘안녕! 즐거운 소풍이었어!’ 할 수 있도록 마음껏 살자.

남상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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