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지역사회서 희망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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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디엔아이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연두빛으로 와글거리던 산천의 기운이 녹음을 향해가고 있다. 봄의 향연은 찬연한 자연에 가득하지만 사람들의 심사는 하 수상하다. 대선과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유난한 시기 때문일까. 지지율이 초박빙으로 반분된 형국에서 중앙권력은 ‘All or Nothing’이 됐다. 그러다 보니 환호와 반감으로 갈라진 유권자 국민들의 처지는 안타깝다. 화해와 배려가 절박하다.

중앙권력에서 조금은 비켜 설 수 있는 ‘지역사회’에서 해법을 모색해보면 어떨까 제안한다. 역사의 큰 흐름에서도 막강했던 중앙권력은 예상 밖으로 부침이 적지 않았다. 그 자리에 기대하지 않았던 변방, 즉 지방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영복 선생은 ‘변방을 찾아서’에서 “북악이 권력의 상징이라면 멀리 낮은 곳으로 흐르는 한강이야말로 우리가 회복해야 할 소통과 화해의 상징”이라고 했다.

경기(京畿)의 말뜻은 서울을 빙 둘러싼 주변이다. 예로부터 산수와 들판이 다채롭게 배치돼 있다. 지금은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중앙의 판박이를 만들고 있지만 그 틈새에 지역사회가 있다. 중앙은 시스템의 복잡성과 은닉성이라면, 지역사회에서는 공동체성을 그나마 조금은 찾아볼 수 있다. 그곳에서 작은 희망을 시작했으면 한다. 신자유주의와 초개인주의로 잃어버린 컴패션(compassion)의 근거들을 말이다. 짚신부터 KTX까지를 한 생애에서 오롯이 겪다 보니 가치의 혼란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웃과 돌봄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의지하는 삶은 인간으로서 존엄이며 능력이다.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고 보장받기 위해 사회를 구성했고, 사회를 운영하기 위해 정치가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궤도 이탈한 정치의 과도화로 심신이 피곤하다. 사람 중심의 가치는 정치가 집중된 중앙 보다 산천을 벗 삼을 수 있는 변방의 지역사회에서 조금은 더 희망이 있다. 중심은 자칫 완고할 수 있으나 변방은 여백 같은 자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웃끼리 터놓을 수 있고, 따뜻한 마음으로 만남에 참여할 수 있다. 개인들은 자존감을 높이며, 이웃과의 소담한 관계로 인본적 가치 위에 사회적 가치를 엮어간다. 이를 바탕으로 삶의 필수조건인 교육, 주거, 의료 등을 공공성과 공익성을 통해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해야 다시 봄의 향연을 찾아 푸르름이 가득한 여름을 지나 풍성한 수확의 가을로 이어간다. 마침내 동면의 쉼을 통해 슬기로운 ‘춘추’의 생태적 순환을 만들어보자.

박태원 디엔아이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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