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 마스크’로 붕괴, 도내 제작업체들/‘당신들 선택이다’며 외면해도 되나

도내 마스크 제작업계 사정이 심각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입주 업체 리스트를 보자. 경기도 내 마스크 관련 제조 업체가 2020년 4월 현재 16개였다. 이게 지난 3월 기준 174개 업체로 늘었다. 2년 사이 11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업체들도 있다. 어림잡아 300개는 훌쩍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단일 업종 규모로 결코 작지 않은 비중이다. 이들에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폐업하거나 폐업 자체도 못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최악이다. 2년 전 KF 94 마스크의 온라인 가격이 4천원대였다. 이게 최근 들어 500~6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일반 저가 마스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폐업이 늘면서 속칭 ‘땡처리’까지 등장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이제 100원대 팔리는 제품도 있다. 업계가 말하는 최소 생산비는 150원 선이다. 본보가 양주의 한 업체 대표를 만났다. “2년 전 1억원을 넘게 주고 산 생산 장비가 헐값으로 떨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피크 때 마스크 제조 설비 기계는 최고 3억원에 달했다. 현재는 중고가 5천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설비를 내다 팔아도 6분의 1을 건지기 어렵다. 석호길 한국마스크산업협회 회장이 수출 장려책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값 싼 중국산이 시장을 점령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선 회장도 “(정부의) 수출 금지로 수출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앉아서 망하는 것 외 수가 없다는 얘기다. 이런 때 노마스크 정책까지 더해졌다.

당국에 묻고 싶다. 그냥 외면해도 되는가. 제작 업체 폭증에 기본 출발은 코로나19 대책이었다. 마스크 대란이 빚어지면서 제작 지원 정책이 쏟아졌다. 지자체마다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공장 설립을 도왔다. 결정적으로는 정부가 부추긴 측면이 크다. 식약처가 관련 허가 절차 기간을 대폭 축소했다. 간단한 설비만 갖추면 공장 가동이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수출 제한 등 수급 비상 해소를 위한 공익성 부여까지 있었다. 그러다가 지금에 온 것이다.

모두가 순수했다고 보긴 어렵다. ‘코로나 특수’에 기대려던 투기 자본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전체 업계 고통을 외면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비롯된 고통 아닌가. 정부 또는 지자체 장려도 책임 아닌가. 사태를 막았던 사회적 역할도 있었잖은가. 수많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코로나 보상을 국가 책무라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유독 마스크 제작업체 고통만 외면해도 될 합리적 이유는 없다. 보상 안되면 지원이라도 토론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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