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동 인권과 국가책임 규정한 ‘아동기본법’ 제정해야

어린이날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이며, 미래의 기둥이라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그리 행복하지 못하다.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과열된 교육에 스트레스도 엄청 받는다.

여러 조사에서 ‘한국의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시행하는 ‘아동종합실태조사’(2018년)에서 한국의 9∼17세 아동·청소년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57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였다. OECD의 아동·청소년 행복지수에서도 한국은 지난해 22개 회원국 중 꼴찌였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2019년 35개국 만 10세 아동의 행복도를 비교한 ‘국제 아동 삶의질 조사’에서도 한국(10점 만점에 8.41점)은 31위에 그쳤다.

아동의 인권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아동학대는 2016년 1만8천700건에서 2020년 3만905건으로 65% 증가했다. 이 기간에 만 1세 미만 영아 77명을 포함해 201명에 달하는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은 부모였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취급하는 그릇된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동 성착취물 유포 등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후 정부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은 매년 늘고 있다. 정부와 사회의 대처가 변화 속도에 너무 뒤처진다. 아이들도 어른처럼 독립된 사회 구성원이자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하는데 아동 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다. ‘주린이’, ‘부린이’ 등 미숙함을 어린이에 빗댄 용어는 어린이를 차별하고 비하하는 것이다.

그동안 아동 관련 입법 성과도 부족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올해 1월 발표한 아동 의정활동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21대 국회 첫 1년간 발의된 아동·청소년 관련 법안은 533건(아동 405건, 청소년 128건)이다. 발의된 법안 가운데 가결된 건 4.9%(26건)에 불과했다.

‘아이들이 행복할 권리’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동기본법’을 제정해 아동의 권리와 국가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지난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 아동기본법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출생통보제’도 도입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상태에서 학대받고 학교나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아동이 없도록 보호망을 촘촘히 짜야 한다. 말로만 아동인권 운운할게 아니라 법제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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