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한 줄 글쓰기를 통한 행복 생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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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한국글쓰기명상협회 회장

어느 한 대학 유아교육과 <글쓰기명상> 강의 시간에 이런 제안을 한 적이 있다. ‘~해서 행복하다’로 마치는 한줄 글쓰기 100개 쓰기. 단, 오늘 점심부터 지금까지, 두 시간 동안 있었던 일 중에서 찾기다. 이번 과제는 이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식곤증으로 나른해지기 쉬운 점심 직후 수업이어서 나는 때때로 그런 이벤트를 만들곤 해왔다. 학생들은 일제히 “두 시간에 100개 씩이나요?”라고 말허리를 비트는 뉘앙스로 항의를 해온다. “쓰다보면 100개도 적을 걸!” 했더니 “한 개도 생각 안나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내가 생각나게 해줄게.”

몇 가지 팁을 준 후 나는 가방을 챙겨서 강의실을 나왔다. 모든 학생들의 머리 각도가 낮아지고, 숨소리도 나지 않을 만큼 집중이 시작됐다. 이쯤 되면 휴식 시간도 반납할 분위기다. 나는 그 지방에서 버스와 기차로 세 시간 동안 이동해 온다. 그 동안 학생들은 내 스마트 폰 메시지 함에 과제를 수행해 보낸다. ‘1, 2. 3. 4...’ 일련번호를 붙여가면서, 오늘 본인이 직접 경험한 행복 찾기 작업을 하는 것이다.

기차에 올라 자리에 앉으면 학생이 수행한 과제들이 내 메시지 함에 답지 해온다. 이것을 하나씩 읽으면서, 가벼운 코멘트를 달아주다 보면 상행선 두 시간이 십분 같아진다. 학생들은 선생한테서 개인 답신을 받는 재미로 메시지 과제를 수행하지 않을까. 점심시간에 김밥집에 간 학생의 행복 찾기를 읽는다.

김밥집 문을 여는 순간 라면 내음을 맡고 행복했다. 젓가락을 드는 순간 행복했다. 라면을 입에 넣는 순간 너무 행복했다. 애들과 떠들다가 물 컵을 엎어서 행복했다. 영석이가 지나가다 웃어줘서 행복했다. 내 치맛단이 종아리에 닿는 순간, 행복했다.

이렇게 저렇게, 맹렬히 집중하여 적어가는 동안 깨닫게 되리라. 행복은 나의 관심이고, 이미 널려져 있고, 사금파리 반짝이듯 짧지만 강렬하고, 내 인생 안팎에서 발광하고, 때때로 은밀하고, 대체로 알고 있지만 시시하게 여긴다는 사실. 행복은 내 삶의 공장에서 지금도 생산 중이라는 사실.

김성수 한국글쓰기명상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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