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미있게 읽은 책 중의 하나가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이다.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쇼펜하우어편에 보면 고슴도치 딜레마가 나온다. 고슴도치 모양을 상상하는 분들은 이해하겠지만 추운 겨울 고슴도치들은 옹기종기 모여 바깥 추운 공기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를 기대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체온을 나누기 위해 너무 가까이 가게 되면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게 된다. 너무 멀면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없고 너무 가까우면 가시에 찔리게 되는 것을 우리는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부른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노멀에 적응했다. 대면으로 만나지 않고도 SNS를 통해 줌(ZOOM)과 같은 화상회의를 통해 온라인으로 가상공간에서 만나고 업무를 보는데 익숙해져 왔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고슴도치 딜레마’에 빠질 것 같다. 비록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에 대한 애착과 그리움이 있다 하더라도 조금 지나면 왠지 어색함이 한구석에 자리 잡을 것이다.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게도 아닌 적당한 거리의 ‘개인공간(Private Space)’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향수가 다시 올 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는 새로운 표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인 MZ세대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공간’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그 해법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X)이 제공할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가 2009년 나온 이후 올해 하반기 시즌2가 나올 예정이다. 이제 아바타 세계는 신비로운 상상의 세계가 아니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실제 세계인 것이다. 지난해 촉발된 ‘메타버스’ 신산업이 올해 부터는 게임산업 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금융 분야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할 것이다.
5월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6개 국정목표 중 4번째 ‘미래’에 해당하는 국정 목표를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로 잡았다.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세계사적 대전환 시대에서, 가능성에 도전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글로벌 선도 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세부 과제를 보면 ‘100만 디지털인재 양성’이 눈에 띈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초고령화,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신기술의 진화, COVID-19로 촉발 된 비대면 강의 일상화 등 ‘교육’의 현장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혁명적 단절을 의미하는 패러다임 쉬프트이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는 아날로그 세대 교사와 학교 운영 시스템이 교육의 주체로 머물고 있다. 이미 학교는 유아기부터 마인크래프트를 경험해본 MZ세대들이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쩌면 DX대전환 시대 교육의 가장 큰 방해물은 교사와 기존의 아날로그 교육운영체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자각해야 한다. 이미 가상세계에 익숙한 MZ세대들이 원하는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개인 공간을 존중하면서 소통을 중시하는 새로운 표준을 우리는 이해해야 할 것이다. DX는 거기에 방점이 있다.
조훈 서정대학교 호텔경영과 교수·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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