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밝힌 5월의 등불은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 몰려 있다. 옛 전남도청에 남은 엠(M)16 탄두 10개와, 전일빌딩 곳곳에 남겨진 245개의 탄흔. 그리고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분수’와 ‘시계탑’까지 생활 저변이 전부 항쟁지다.
금남로에서 300여㎞ 떨어진 경기도청도, 전태일·박종철 등 민주열사가 영면한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도 모두 광주의 그 날을 기억한다. ‘5월 정신’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시대적 정신을 <오월걸상>으로 함께 되새기고 있다.
지난 2020년 경기도청(팔달구) 정문 도민쉼터와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 입구에 도내 처음으로 설치된 <오월걸상>은 가로 220㎝×세로 170㎝ 크기의 석조 조형물이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면서 전국에서 4, 5번째로 동시 조성한 것이다. 당시 홍세화 오월걸상위원회 공동대표는 “불의에 항쟁하고 핍박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서로 연대하고 경감하는 것이 광주 정신”이라며 “우리가 어떻게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오월걸상 조형물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의자 형태로 제작된 이 작품은 누구나 잠시 앉아 편히 쉬면서 민주주의를 되새기자는 취지를 반영하고 있다. 도청 오월걸상의 경우 홍성담 화백이 ‘행진’이란 판화작품을 걸상과 연결했으며, 모란공원 오월걸상은 이승수 화가가 검은색과 흰색 두 가지 색깔로 화합의 대동(大同) 의지를 담아 만들었다.
이러한 <오월걸상>은 광주라는 지역적 경계선과 1980년이라는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어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전국화·현재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말마따나 ‘광주의 5월’은 올해로 42년차에 이르기까지 아직 끝나지 않고 온 국민의 마음에 바로 새겨지길 기다리는 중이다.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시간이 흐르며 이젠 5·18 경험세대와 비경험세대가 나눠지게 됐다. 경험 세대는 어느덧 ‘과거 인물’이 됐지만, 시대를 이끌어 갈 전국의 비경험 세대인 ‘미래 인물’들도 민주화운동 42주년을 맞아 그 날의 특별한 의미를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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