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개발제한구역은 성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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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혁 시흥도시공사 도시개발실장

개발제한구역 지정의 근본 목적은 서울의 집중화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은 1971년 이후 상당부분 효과를 거두면서 규제적 제도로 성립해왔지만, 1998년부터 주민의 생활불편과 재산권 침해, 훼손이 진행되거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사회적 논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제도 그 자체는 토지재산권에 내재하는 사회적 계속성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합헌적인 규정”이라고 판결했다. 다만 “구역지정으로 말미암아 일부 토지소유자에게 사회적 제약의 범위를 넘는 혹한 부담이 발생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보상규정을 두지 않는 것은 위헌성이 있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이후 개발제한구역 제도은 계속 유지돼 왔으며,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엄격한 심의와 법률적 규제를 통해서 개발행위가 가능하다. 대부분 LH가 택지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사업과 산업입지에 대한 사업이 이에 속하며, 일부 민관합동사업이 진행돼 왔다.

개발제한구역의 성역화를 통한 최대 수혜자는 과연 누구일까. 과연 개발제한구역 지정의 근본 목적인 집값 안정과 환경개선, 지방활성화 목적을 달성했는지 묻고 싶다. 수도권 집값은 끝을 모르게 오르고 있고, 수도권 자연환경은 더 악화되고 있다. 지방혁신도시를 전국적으로 개발하면서 지방은 활성화 됐는가. 단언컨대 개발제한구역 성역화의 오랜 수혜자는 서울이다. 개발제한구역 개발을 묶어놓는 동안 서울의 집값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에 수도권 지방도시들은 도시개발을 통한 도시공간구조의 개편이나 교통망의 순환구조를 중앙정부의 개발사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 면적의 23.6%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서울시의 경계 지자체 중에서 행정구역 면적의 60% 이상 개발제한구역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는 7개 시·군이나 된다.

기본적으로 개발제한구역의 성역화는 지방정부의 도시개발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연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각각의 도시가 가진 문제점과 성장동력, 산업적 성격, 인구증가 추이와 지형구조가 다른데 중앙정부에서 도시의 60%이상의 면적을 직접 규제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취지를 크게 역행하는 것이며 지역주민의 재산권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1971년 성립된 개발제한구역 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됐다. 현 정부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한 시점이다. 개발제한구역의 면밀한 실사와 현황을 통해 효율적인 관리와 지방화가 이뤄져야 한다. 보존가치가 있는 지역과 개발가치가 있는 지역, 고밀압축개발해야 하는 지역과 친환경적 저밀개발해야 하는 지역 등 학술적 논의부터 지역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 개발제한구역의 성역화에서 가치중심의 관리체계로 전환되기를 바란다.

이재혁 시흥도시공사 도시개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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