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공약서 실종, 정책 선거는 요원한 것인가

지난 19일부터 6·1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주요 거리마다 후보자 포스터와 현수막이 나붙었고, 선거사무원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피켓을 들거나 명함을 뿌리고 있다. 차량과 휴대용 확성장치를 이용한 선거운동도 하고 있다. 각 가정으로 선거 공보물도 배달됐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경기지역 후보자 대부분은 ‘선거공약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에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후보는 선거공약 및 추진계획을 담은 선거공약서 작성을 권고하고 있다. 유권자에게 제시한 공약 사업의 목표, 우선순위, 이행 절차, 이행 기간, 재원조달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한 문서다. 정책 선거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선관위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본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을 살펴본 결과, 경기도내 기초단체장 후보 79명 중 선거공약서를 공개한 후보는 23일 오후 5시 기준 10명(12.7%)에 불과했다. 국민의힘은 김용남(수원)·김덕현(연천)·백영현(포천)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은 조용익(부천)·한대희(군포)·김보라(안성)·백군기(용인)·박윤국(포천) 후보가, 무소속에선 정문영(동두천)·김광철(연천) 후보가 전부다. 경기도지사 후보 6명 중에는 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유일하다.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선거공약서가 비어있다. 제20대 대선 이후 바로 치러지는 지방선거여서 ‘국정 안정론’과 ‘견제론’의 프레임에 갇히면서 정책선거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정당이나 후보자는 여전히 바람몰이, 네거티브 선거전에 몰두하며 정책 대결은 뒷전이다.

후보자들이 선거공약서를 외면하는 것은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공약서는 유권자가 후보자의 핵심 공약과 철학 등을 이해하는 중요 사항인데도 의무가 아니어서 무시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투표 전 후보자의 정책·공약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사전투표일 전일인 26일까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정책·공약 바로알기 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후보자의 선거공보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의 5대 공약, 선거공약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정책·공약마당(policy.nec.go.kr)’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후보자 공약 한눈에 보기’ 메뉴를 이용하면 후보자별 공약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는데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지방선거가 정책선거로 자리 잡기 위해선 선거공약서 공개를 필수로 해야 한다. 이른바 ‘동네 일꾼’으로 불리는 지방의원의 공약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들의 선거공약서도 공개해야 마땅하다. 총선에 비해 후보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으나 공약을 들여다보고 꼼꼼히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크게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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