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후보가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그 과정이 더 없이 극적이었다. 1일 오후 발표된 출구 조사에서는 패했다. 3사 합동 조사에서는 0.6%, JTBC 조사에서는 1.2% 차였다.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대 13으로 졌다.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광역 선거 참패였다. 이 절망을 반전시킨 딱 한 명의 후보가 김 후보다.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끌고 간 역전승부였다. 상대와 표 차이도 겨우 0.15%, 8천900여표였다. 이 역대급 승부를 전국민이 지켜봤다.
승부 직후 언론에 주목할만한 언급이 등장했다. ‘유력 대선 주자로 등장’이다. 그럴만 하다. 이미 대선에 출마했던 그다. 상고 출신의 흙수저 인생이고, 한국 정치의 캐스팅보트 충청 출신이고,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 성향이다. 큰 정치에 필요한 자산을 두루 갖추고 있다. 여기에 극적인 승부를 통해 승부사 기질까지 발휘한 셈이다. 자연스레 대권 얘기가 나올만하다. 아마 차기 대권을 묻는 여론조사가 곧 이어지고 거기에 이름도 오를 것이다.
정치인에는 더 없는 영예일 수 있다. 하지만 경기도민에 비치는 다른 걱정을 생각해야 한다. 민선 1기 이인제 지사부터 민선7기 이재명까지 6명(김문수 지사 연임)의 민선 도지사가 있었다. 대통령 후보 아닌 지사가 없었다.
임창렬 지사를 제외하고 모두 대통령 선거 또는 경선에 나갔다. 그때마다 도민은 ‘도백 부재’라는 피해를 봤다. 평시 도정에 대권 준비용 행정들이 끼어들기도 했다. 벌써 시작될까봐 하는 걱정이다.
당선 인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경기도민과 국민들이 민주당 변화의 씨앗으로서의 기대를 갖고 내게 이런 영광을 준 것 같다...앞으로 민주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씨앗으로 내가 할 바를 다하겠다.” 영광을 수여자는 경기도민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변화와 개혁을 다짐하고 있다. 선거 후유증에 빠져든 민주당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투표장에서 내놓은 당선자의 일성으로는 여간 어색하지 않다.
인사말 속에 옳은 말도 있다. “빈말하지 않고 행동과 성과로 보여드리겠다”며 “겸허하게 자세를 낮추고 약속했던 것들을 차곡차곡 실천에 옮기겠다”고 다짐했다. 옳다. 그렇다. 김동연 당선인이 지금해야 할 다짐은 이거다. 경제 부총리의 실력을 도정에 녹이고, 1천300만 도민과 현장에서 부딪히고, 3천여 공직자와 동업자 정신을 구축하는 것이 지금 할 일이다.
언론이 흔들더라도 당분간 ‘대권’이 아닌 ‘도정’만 얘기하는 것이 표심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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