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가끔 인간의 상상을 넘는 그림을 내 보인다. 가까이는 3·9 대통령 선거가 그랬다. 유권자 4천400만명에 달하는 거대 선거였다. 그 결과가 0.76%p로 갈렸다. 전에 없던 기계적 양분이었다. 그것도 잠시, 더한 결과가 6·1 지방선거에서 나왔다. 1천150만명의 경기도지사 선거였는데 이번엔 0.15%p차이였다. 그리고 우리를 진짜 놀라게 한 결과가 있다. 경기도의회 당선자 여야 분포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똑같이 78석이다.
당연히 경기도의회 민선 역사상 처음이다. 지금까지 의석은 늘 한 쪽에 쏠렸다. 2018년에 민주당 135석, 자유한국당 4석이었다. 2014년에도 새정치민주연합 78석, 새누리당 50석이었다. 2010년에는 민주당 76석, 한나라당 42석이었다. 민주당이 싹쓸이 또는 압도적이었던 12년이다. 그 전에는 보수 계열 정당이 싹쓸이 했다. 2006년에 한나라당 115석, 열린우리당 2석이었다. 2002년에는 한나라당 90석, 새천년민주당 10석이었다.
돌아보면 일방 의회는 늘 독선과 오만으로 이어졌다. 상임위원장 등 모든 의회직을 다수당이 독식하려고 했다. 의석 부족한 야당이 삭발 투쟁까지 했지만 소용 없었다. 보수 정당이 싹쓸이하던 2008년의 일이다. 교육위원장 자리를 전·후반기 독식하려다 말썽이 났다. 교육의원들이 삭발·단식·철야농성까지 했다. 민주당이 압도적이던 2012년의 일이다. 도민이 어떻게 보든 상관 안했다. 그저 다수 정당으로 똘똘 뭉친 극단의 이익 집단이었다.
이십 수년의 이런 폐습이 없어질 것 같다. 78 대 78의 균형이 상당 부분 해결할 것 같다. 비단, 경기도의회 구성만 이런 것이 아니다. 도지사와 시장·군수, 기초 의회의 구성이 모두 절묘하다. 경기지사는 민주당(김동연) 소속인데, 시장·군수는 31명 가운데 22명이 국민의힘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시군을 지배하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 시장은 9명 뿐이지만, 대부분 인구수 50만 이상인 대도심 권역이다. 판에 놓고 맞춰도 이러기 힘들 것이다.
우리 모두 지방 정부 독식의 피해를 안다. 보수정권 독재 12년은 지방 재정 방탕을 가져왔다. 그 12년을 비판하며 진보정권이 등장했다. 그리고 똑같이 12년을 석권했다. 그들 역시 퍼주기로 재정을 악화시켰다. 바로 이때 놀라운 구도가 형성했다. 도의회를 여야 동수로 대립시켰다. 도지사와 시장군수를 여야로 나눴다. 시군을 수와 인구로 맞서게 했다. 이 모든 게 경기도 유권자들이 만든 전국에서 유일한 구도다. 경외(敬畏)해야 할 것이다. 경기도 정치인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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