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을 안하지만 진보 대 보수의 진영 대결로 치러져왔다.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9곳, 보수 성향 8곳의 후보가 당선됐다. 14명이 진보 성향 교육감이었던 4년 전에 비해 보수 성향 교육감이 약진했다. 수도권의 경우 경기도에선 중도·보수 성향의 임태희 후보가 교육감 직선제 도입 후 처음으로 당선됐다. 서울시와 인천시는 현직인 진보 성향의 조희연, 도성훈 교육감이 다시 당선됐다.
전체적으로 진보 후보가 1명 더 많지만 8년간 이어진 ‘진보 교육감 시대’는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보수 후보들이 약진한 이면에는 그 동안 진보 교육감들이 ‘혁신 교육’을 내세우며 펼친 각종 정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실망감과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 5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이어 교육 권력의 지형도 달라진 만큼 교육 정책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진보교육의 산실’로 불리는 경기도는 한경대 총장 출신 임태희 후보의 당선으로 13년간 진보 교육감이 추진해왔던 교육 기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상곤 전 한신대 교수부터 이재정 현 교육감이 내리 당선되면서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진보 교육감의 핵심정책을 싹 틔워 전국으로 확산시킨 곳이 경기도여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임태희 당선인은 ‘9시 등교제’, ‘혁신학교’ 등에 대해 폐지 또는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진보 교육의 상징인 혁신학교에 대해 “목적과 취지부터 구체적 프로그램까지 살펴보겠다”며 과감한 손질을 예고했다. 임 당선인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획일적이고 편향적이고 현실안주형 교육”이라며 “미래지향적 교육으로 바꾸겠다는 게 큰 기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교육 정책의 뿌리가 되는 ‘HIGH’(하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는 △High Tech(디지털 지능 DQ역량 강화) △Infinity(한계 파괴) △Glocal(언어로 국제교류) △Happy(행복은 교육부터) 등 4가지 단어를 줄인 말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교육감 성향에 따라 교육현장이 크게 흔들리면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은 혼란스럽고 피곤하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데 선거때마다 뒤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수나 진보 수식어가 붙지 않는 안정적인 교육 정책이 절실하다.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교육 신뢰를 높이는 정책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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