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이며 교양있는 인간상 추구...양성보다는 입시가 우선인 실태 학생의 조력자로서 교사 역할 중요 스스로 경험하고 판단할 기회 필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핵심역량 함양과 함께 민주시민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민주시민을 양성하고 그렇게 교육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말하는 민주시민의 정의는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을 살펴보면 첫 장에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이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이념을 바탕으로, 이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자주적이고 창의적이며 교양있고 더불어 사는 사람을 민주시민으로 갖춰야 할 자질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는 정말 자주적이고 창의적이며 교양있고 더불어 사는 사람을 민주시민으로 생각하고 그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교사로서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민주시민 양성보다는 입시가 우선인 것 같다. 학년 말이면 어느 대학에 학생을 얼마나 많이 보냈는가가 여전히 학교의 자랑이자 3학년 선생님의 성과가 된다. 생활기록부를 어떻게 써야 아이들을 대학에 잘 보내는지를 운운한다. 여기에 민주시민의 자질에 대한 논의는 포함되지 않는다. 포함되더라도 그것은 입시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에서 요구되는 것을 충족시키려는 것일 뿐 민주시민 양성과는 무관하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민주시민이란 어떤 것일까? 교육부가 제시하는 그런 거창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작년 우리 반 학생들에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학교가 어떤 것이냐고 물어봤을 때 가족같이 사이좋은 공동체라고 답을 했다. 아마도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만 있다면 그 학교가 민주적이고 이상적인 학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나이 또래에는 친구가 제일 중요하고 학교생활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에서 실질적인 민주시민은 자신이 생활하는 사회에서 경험으로 체득된다. 그래서 자치와 자율이라는 개념이 학교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자치와 자율은 스스로 다스리고 스스로 행하라는 말이다. 그 말 안에는 스스로 한 행동에 대한 책임도 포함돼 있다. 민주시민이라면 당연히 스스로 자기 삶을 다스리고 이끌며 책임을 지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주체가 되는 것이 자주적인 삶이다.
학생들이 그러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결정하고 선택하려면 종합적인 사고력이 요구된다. 물론 감정에 따라 기분에 따라 결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다. 그런 의사결정을 한다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가졌는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한다. 스스로 경험하고 판단하고 선택해서 결정하는 삶을 살아갈 때 자주적인 삶을 산다고 할 수 있다. 학교는 그러한 자주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민주시민으로서의 경험 즉 의사결정 경험을 자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교사의 지시와 통제가 아니라 학생 자치와 자율로 학급이 운영되도록 학생 스스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조력자로서의 위치에 있기를 바란다.
교사는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 예를 들면 학급에 필요한 물품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부터 학교에서 주는 상장은 누구에게 주어야 하는지,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자기 삶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있어서 학생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기 위해 조력자로서 학생들에게 자기 생각을 묻고 의견을 이야기하도록 하고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알려주도록 한다. 물론 결정은 학생 스스로 하는 것이다. 교사는 도움이 되도록 의견을 제시하거나 다른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알려주기만 할 뿐이다.
우리 각자는 나름대로 자신이 정의하고 있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상이 있다. 당신이 바라는 민주시민이란 어떤 것인가? 이 물음을 통해 우리가 모두 성장하는 민주시민이기를 희망한다.
정은주 파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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