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학생 성장 돕는 ‘교사 평가권’ 보장 필요하다

동일한 잣대로 학생 평가 금물, 전달식 수업·성적 줄세우기 탈피
입시 장벽 걷고 주도적 학습 조성...개인 학업 성취·이해력 정도 파악
경쟁 아닌 지적 자극으로 동기 유발...학생 성장 위한 다양성 존중 정책 
공정평가 기반 자율성 확보 중요, 교사 평가권 통해 ‘책임교육’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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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다양성과 교육의 공정성을 잇자

동일한 교복을 입고 같은 공간에 앉아 있는 우리 학생들을 바라보자. 모두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더라도 제각기 다른 생김새가 한눈에 보일 것이다. 외양뿐만 아니라 성격, 취향도 학생마다 모두 다르다. 태어나 자라면서 함께한 부모, 형제, 친구, 이웃, 가정환경 등 자신과 연결된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학생마다 각기 다른 성장기록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학생들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게 과연 공정한 걸까. 코끼리, 원숭이, 펭귄, 기린, 사자를 일렬로 세워놓고 이들 중 나무를 가장 먼저 오르는 자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평가를 하는 모양새와 닮은꼴이 아닐까. 학생들을 서열화하지 말고 함께 행복한 성장을 지향하는 방법은 없을까.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

수학 시간.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태블릿으로 진단문제를 풀고, 이를 통해 개인별 수준에 맞는 학습을 시작한다. 수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별 맞춤형으로 진행하며 교사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상담해주고, 직접 지도해주며 학업성취가 낮은 아이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한다. 개별 맞춤형 학습 이후에는 당일 학습한 내용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평가지는 학생들 수준에 맞는 다양한 난이도로 돼 있다. 여러 번의 평가 기회가 제공되므로 학생들은 진취적인 도전과 성공 경험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수업을 마치고 문을 나서는 모든 아이들의 얼굴에는 상기된 미소와 손에는 ‘A’가 적혀있는 통지표가 당당하게 들려있다.

이러면, 교사와 학생 한 명 한 명의 삶과 더 깊이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수학 시간뿐만 아니라, 모든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 시험을 망쳐 좌절하는 학생, 성적 고민으로 자해를 하는 학생,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라는 말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크다.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교실 현장에서는 여전히 강의 전달식 수업 후, 평가를 통한 줄 세우기 교육이 진행 중이다. 입시라는 거대한 장벽이 그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현행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학생을 성적으로 줄 세우고, 등급을 결정하기 위해 평가를 한다. 입시라는 장벽을 거둬내고,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흥미에 맞게 스스로 선택하는 수업, 주도해 참여하는 체험활동, 여러 번 도전이 가능한 평가, 삶을 실천하는 수업 나눔이 이뤄진다면 어떨까.

학생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사 평가권 보장 정책은 종래의 서열화, 수월성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성장을 목적에 두고 있다. 이 정책이 본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평가의 공정성 및 신뢰도를 기반으로 한 교사의 교육과정-교수학습-평가의 자율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 학급의 특성을 고려해 학생의 수준에 맞게 유연하고 고유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교사이다. 더불어 함께 성장하고 개별 학생의 능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향상을 위해서는 교사에게 학생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평가권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모든 학생들을 위한 책임교육을 위해 학생평가는 학생들이 수업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뿐만 아니라 얼마나 어느 정도 배웠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학교급별 성취평가제를 전면 실시하고, 학습에서 최종적으로 학습자가 수행할 수 있기를 바라는 성취목표와 핵심역량 중심으로 단위 학교별 자치를 통한 고유한 교육과정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또한, 교사는 성취목표에 대한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 정도를 통해 학생들의 이해 정도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경쟁을 통한 학습 동기 유발이 아닌, 지적 성취를 유발해야 하고 협동학습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열려라, 모든 학생들을 위한 책임교육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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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경(수원 삼일상고 교사)

 

교육을 통해 학생이 행복한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이러한 당위성과 입시제도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교육지원청-연수기관-단위학교 협력체제를 통한 질 관리 센터를 운영하고 평가 준거를 도입해 평가 신뢰도를 확보해야 한다. 이제 교육의 양적 충족이 됐다면 교육에 있어 질을 제고해야 할 시기이다.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평가민주주의 문화를 일상 생활화해야 한다. 교과협의회, 전문적 학습공동체 등을 통해 교육과정, 평가계획, 루브릭(채점기준) 개발을 공동으로 계획-실행-평가해야 한다. 수업과정 중 학생의 성장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이 이뤄져야 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공돼야 함은 물론이다.

종래의 수월성 교육이 아닌 모든 학생들을 위한 책임교육을 위해 학생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사 평가권은 보장돼야 한다. 학생, 학부모의 교사 평가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다. 교육자치를 바탕으로 한 교사교육과정이 실현되고, 평가체제가 성취평가제로 전환돼 평가 부담이 완화돼야 한다. 교사 평가권의 보장을 통해, 모든 학생들을 위한 책임교육이라는 가능성의 문이 열리기를 바란다.

양진경(수원 삼일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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