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기록물에 갇힌 공무원 피격사건/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연평도 해역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의 핵심은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것이다. 그리고 그 살해된 사체가 바다 위에서 불태워 사체 훼손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 사건은 이모씨(당시 47세)의 월북 기도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정리됐다. 각종 백서 등에도 이씨의 월북기도를 중심으로 기록돼 있다. 유가족들은 이씨의 월북기도 사실을 줄곧 부인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를 부인하는 주장이 시작됐다.

해양경찰이 16일 ‘고백’했다. 박상춘 인천해경서장이 “국방부 발표 등을 근거로 피격 공무원의 월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현장 조사 등을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울러 “오랜 기간 마음의 아픔을 감내했을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하루 뒤, 감사원이 해양경찰청 및 국방부에 대한 관련 감사에 착수했다. 어떤 형태로든 감사 결과가 나올 것이다. 정치 공방은 시작됐다.

현 상태에서 이 사건의 위치는 ‘수사 중’이다. 2년 전 수사는 문재인 정부의 결론이었다. ‘월북 기도’로 맺었다. 이제 그 연결고리에 의문점이 제기됐다. 월북의 이유처럼 얘기됐던 ‘도박 빚’은 실제보다 두 배 이상 과장됐다. 구명조끼도 성능 좋은 것은 것은 이씨 방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벗어 놓았다는 신발은 슬리퍼였고 근무 때는 운동화를 신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유력하게 채택된 정황들이 이씨의 월북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됐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이런 정황들이 이씨의 월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해석도 월북 가능성을 낮게 보려는 선택적 시각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도박 빚, 구명조끼, 신발 등의 해석 자체가 동전의 양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존중돼야 할 접근법이다. 애초에 이 사건 수사는 정황을 근거로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 2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사건이 갖고 있는 근본적 한계다. 우리가 굳이 ‘수사 중’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첫째, 피의자 북한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하다. 둘째, 고인이 된 이씨에서 얻어질 정보는 없다. 셋째, 대통령 기록물이 열람될 가능성도 없다. 결국 한쪽에서는 ‘월북 기도’라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월북 조작’이라고 말하는 상태가 아주 오랜 세월 유지될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도 그렇다. 수사 절차의 정당성을 보겠다는 것이다. 월북이냐 아니냐를 조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권한이나 능력이 감사원에 있지 않다. 남을 것은 정치 공방뿐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