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과학 문명의 발전은 누구나 진리라고 생각한 것을 뒤집는 데서 출발했다. 갈릴레오의 지동설, 실학자 홍대용의 무한우주론 등은 기존의 생각을 전환시킨 ‘뉴-패러다임(New Paradigm)’이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이러한 뉴-패러다임에서 시작된 것이다.
1609년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하면서 달의 그림자는 토끼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분화구라는 사실이 최초로 밝혀졌다. 한국에서도 18세기에 실학자 홍대용이 망원경으로 달의 월식 현상을 관찰했다. 갈릴레오 망원경이 처음 국내에 들어 온 것은 1631년이다.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정두원이 중국 등주에서 선교사 로드리게스를 만나 망원경을 선물로 받아온 것이 최초였다. 갈릴레오 망원경은 하늘에 관심이 많았던 실학자들이 가장 좋아하던 기구이기도 했다. 특히 담헌 홍대용은 농수각이라는 사설 천문대를 만들어 망원경으로 월식을 관측했다.
1969년 7월 21일, 미국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이래로 상상의 달은 인류의 품으로 내려온 지 오래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달에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 내뱉은 암스트롱의 유명한 말처럼 그의 작은 걸음이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었다. 암스트롱 이후로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됐다. 이제 인공위성으로 태양계를 탐사하거나 인간이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됐다. 심지어 사람이 며칠씩 우주정거장에 머물며 생활하는 것도 가능해진 시대다.
달 탐사를 비롯한 우주 개발을 모든 나라들이 꿈꾸지만, 인공위성을 만들거나 우주인을 배출한 나라, 더욱이 우주센터가 있는 나라는 손에 꼽힐 정도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이전까지는 이런 나라들 중 하나였다. 한국은 2013년 1월 30일 역사적인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사실상 11번째 우주강국이 되었다. 100㎏급 나로과학위성(STSAT-2C)을 우리 힘으로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시작된 나로호 개발사업이 오랜 시간 끝에 결실을 본 것이다.
2021년 10월 21일에 순수 우리기술로 만들어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됐다. 비록 위성모사체의 궤도 안착이라는 임무는 실패했지만, 1차 발사의 성공은 바야흐로 신우주시대의 막을 열었다. 이제 2022년 6월 21일 역사적인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했다. 실로 감격적이고도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1500kg급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국가가 됐다. 누리호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차세대 소형위성 2호, 차세대 중형위성 3호, 열한 기의 초소형 군집위성 등 현재 개발 중인 인공위성들을 누리호에 실어 우주로 올려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담헌 홍대용이 꿈꿔왔던 38만km를 향한 달 탐사의 성공도 멀지 않았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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