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인성교육, 쿼바디스

쿼바디스 'Quo Vadis, 어디로 가시나이까'
인성교육진흥법 사실상 유명무실...민주시민교육 쪽으로 추 기울어져
각각 역할 재조명, 두 토끼 잡아야

image
방은찬 의정부 부용초 교사

■ 똑, 똑. 인성교육 살아있나요

안부를 묻는 일은 잘 있기를 바라는 진심에서 시작한다. 한편으로는 그렇지 못할 것 같은 걱정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얼마 전부터 인성교육에 대한 소식을 듣기가 어려워 안부가 묻고 싶다. 2015년에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은 분명 아직 진행 중이다. 1차를 거쳐 2021년에 교육부에서는 제2차 인성교육 종합계획도 마련했다. 4가지 추진 과제 중 2가지가 ‘학교 교육과정 내 인성교육의 안착’과 ‘인성교육 친화적 학교 환경 조성’이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적 노력이 함께 펼쳐지고 있는 흐름으로 보인다. 이는 인성교육이 학교에서 잘 시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 인성교육이 학교 현장에 잘 적용되고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현장에서 문서로만 완성되고, 실제 교육의 실천은 교사 개인에게 맡겨져 있는 인성교육에 아쉬움을 느낀다. 정책이 진정성 있게 수행되기 위해선 그 이상이 필요하다.

■ 사라진 타이틀

교사들은 전문성을 신장하고 교육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다양한 연수를 자신의 관심 분야에 맞춰 수강한다. 나는 2019년도에 인성교육을 주제로 42시간 수강했으나, 전체 과목을 합쳐 총 106시간을 들었던 2020년, 282시간을 이수한 2021년에는 단 한 시간의 인성교육 연수를 듣지 못했다. 해당 주제의 연수를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내가 민주시민교육 관련 연수를 110시간 수강했기 때문에, 개인의 부주의함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유명무실해진 것처럼, 정책 주체들의 열정과 노력도 사그라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인성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의 줄다리기, 시민적 인성교육

인성교육은 왜 현장에서도, 정책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고 있는가. 인성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의 관계에서 시작된 것 같다. 인성교육은 사람다움을, 민주시민교육은 시민다움을 기르는 것이다. 제2차 인성교육 종합계획은 둘의 관계를 상호보완적이라고 보았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개념이 탄생했다. 바로 ‘시민적 인성교육’이다. 정창우 서울대 교수는 시민적 인성교육을 사람다움과 시민다움의 중첩적인 역량으로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분명 시민적 인성교육의 개념과 목적 자체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다.

문제는 무엇일까. 시민적 인성교육의 등장이 인성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의 관계와 위치를 애매하게 만들었기에 그렇다. 실제로 한 시민적 인성교육 강사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이를 대변한다.

“시민적 인성교육 때문에 인성교육 담당과 민주시민교육 담당의 힘겨루기가 있는 것 같아요.”

중간다리인 시민적 인성교육은 줄다리기의 밧줄이 된 것이다. 그리고 무게의 추는 민주시민교육 쪽으로 기울었다. 각 시·도교육청에는 민주시민교육과는 있지만 인성교육과는 없다. 인성교육진흥법의 무게가 얼마나 가벼운지를 간접적으로 실감하게 한다.

■ Z세대에게는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아동 청소년 세대를 Z세대라고 부른다. 개방성, 동영상 문법에 친근함, 다양성과 개성 등이 이들을 규정하는 특징들이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늘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소환한다. 기존 세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탈과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Z세대는 도덕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워싱턴 대학의 베넷(Bennett)도 새로운 시민들이 실천적이지만 도덕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실천은 도덕성이 전제돼 있을 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즉, 도덕성이 결핍된 실천은 오히려 문제와 갈등을 키울 뿐이다.

이에 사람들은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점차 인식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의 교육여론조사 결과, 학교교육의 가장 중요한 역할에 대한 물음에 18.9%가 선택한 ‘인성 함양 및 도덕성 발달’이 2순위였다. ‘공동체 의식 및 사회성 함양(18.6%)’보다 살짝 높았다. 그러나 인성교육은 필요성에 비해 시민교육보다 잘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실제 학교교육의 효과에 대한 물음에 ‘인성 함양 및 도덕성 발달’이 5가지 항목 중에서 5번째를 차지했고, ‘시민의식 형성’보다도 낮았다.

■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 줄 자르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인성교육과 민주시민교육를 모두 잡으려면 줄다리기라는 환경을 제거해야 한다. 줄을 자르고 각각의 역할을 재조명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사실 시민적 인성교육은 등장 이전부터 인성교육과 민주시민교육 안에 존재했다. 단지 더 중요해졌을 뿐이다. 중요성을 알았으니 인성교육과 민주시민교육에서 각각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교류할 부분은 교류하면 된다. 그렇게 인성교육만의 가치를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 그것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길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들에게 목소리로, 마음으로, 행동으로 인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혼자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전달력의 부족함을 느낀다. 인성교육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면 아이들에게 그 마음이 더 와닿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책이다. 현장에서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끝나고 정책의 방향이 어떨지 기다리고 있다. 절대 인성교육도, 민주시민교육도 놓치지 않는 정책이 나오기를 바란다.

방은찬 의정부 부용초 교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