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신변보호제, 실효성 있는 대응책 시급하다

범죄 피해 우려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는 상태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있다. 단순 폭행에서부터 성폭력이나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까지 발생해 경찰의 안전조치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도 경기도에서 두 건의 참극이 발생했다. 지난 8일 안산의 한 빌라에 거주하던 40대 여성이 과거 교제한 6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피해자는 경찰의 안전조치를 받던 상태였으며, 피의자와 같은 건물 내 다른 층에 거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6일에는 성남의 한 빌라에서 50대 남성이 사귀다 헤어진 50대 여성을 목 졸라 살해했다. 이 여성도 경찰의 안전조치를 받던 중이었다. 이틀 간격으로 벌어진 살인사건을 두고 경찰의 피해자 신변보호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신변보호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은 모두 7천861건에 달한다. 2018년 667건에서 2019년 850건, 2020년 1천102건, 2021년 5천242건으로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입건된 피의자 수만 해도 앞선 3년치를 합한 수보다 많은 4천274명에 이른다.

경기남부경찰청에는 최근 4년간 신변보호 조치가 1만1천624건 신청됐다. 2018년에는 협박이 526건(전체 1천958건)으로 가장 많았으나, 지난해에는 성폭력이 1천231건(전체 4천385건)으로 가장 앞섰다. 2020년부터 집계한 데이트폭력도 지난해 731건이나 됐다.

신변보호 대상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성폭력이나 살인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비판 여론이 크다. 경찰은 지난해 말 신변보호 조치의 대응력을 높인다며 신변보호 명칭을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로 바꾸고,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범죄 피해자의 위험 등급을 ‘매우 높음’, ‘높음’, ‘보통’ 3단계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개편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가 가진 스마트워치로 신고가 접수되면 ‘코드 제로(0)’가 발동되면서 총력 대응체제로 바뀐다. 하지만 실제 범행 현장에선 갑작스런 공격에 스마트워치를 사용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 경찰의 안전조치가 순찰이나 감시를 강화하더라도 밀착감시가 아니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다. 제도적 보완을 했는데도 범죄 증가를 막지 못한다면 대응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가해자에 초점을 맞춘 정책 전환 등 다각적으로 연구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