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달러당 1301.8원으로 마감했다. 24일 환율이 약간 하락, 1296.00원으로 마감했지만, 환율이 1300원을 웃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월13일 이후 12년11개월 만이다. 원화 가치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2차에 걸쳐 비상경제장관회의까지 개최, 외환시장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고환율만이 아니다. 물가는 수개월째 폭등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에 수입 물가가 36% 폭등했으며, 수입 물가 폭등으로 6월과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에 달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금리까지 치솟고 있어 서민은 물론 기업들이 높은 대출 이자에 울상이 되고 있다.
이런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증시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연저점을 갈아치우며 추락하고 있으니, 지난 24일 코스피 지수는 2366.60을, 코스닥은 750.30을 기록, 1년 사이 약 30% 하락했다. 원화 가치와 증시의 동반 약세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실물 물가 상승)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은 오히려 이득을 봄으로써 수출에 의존도 높은 한국경제는 그런대로 방패막이 됐다. 수출제품을 같은 달러화 가격에 팔아도 원화로는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는데, 지금은 원자재와 에너지,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따라서 원자재·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하여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우리의 산업구조에서는 환율이 급등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수출경쟁력 증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최근 무역 적자가 약 155억 달러로 증가한 현실이 말해주고 있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5월 말 기준 4천477억1천만 달러로 3개월 새 140억6천만 달러 줄었다. 주가와 원화 가치가 더욱 추락하면 외국자본은 더욱 이탈해 외환위기도 올 수 있으며, 이런 3고(高)현상에 의해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맞을 우려가 크다.
이런 경제비상사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더욱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은 최악의 상황으로 전제하고 해결책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달러 부족을 막는 방법으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경제비상사태를 해결할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비상사태 해결책은 적기를 놓치면 무용지물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정치권 모두 경제비상사태 해결책 마련에 최우선 하기를 강력히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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