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폭력심의위, 전문인력·예산 확충 실효성 높여야

2020년 시행된 개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내에서 해결하지 못한 학교폭력 사건은 교육지원청 산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심의위)에서 다루고 있다. 기존의 교내 학교폭력위원회가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수용해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에 따라 교사, 학부모, 판사·검사·변호사, 경찰공무원, 의사 등이 심의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심의위원들은 학교폭력 사건 조사와 분쟁 조정 과정 전반에 관여하고, 가해학생에 내릴 처분을 결정한다.

학교폭력을 예전엔 학교에서 쉬쉬하며 덮는 경우가 있었다. 이젠 교내에서 처리하지 않고 전문위원이 참여하는 심의위에서 담당하다보니 학부모들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신뢰감을 더 갖게 됐다. 교사들의 짐도 크게 덜었다.

학교폭력 가해자 연령이 낮아지고, 사이버·비대면 폭력 등 새로운 학교폭력 유형이 생겨나면서 학폭심의위 위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이 학교폭력을 저지른 경우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심의위가 유일하다. 문제는 학폭심의위 업무가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폭주한다는 것이다. 인력 부족으로 제때 심의를 못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학폭심의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도내 인원은 145명이다. 상담사 25명, 장학사 74명, 일반직 공무원 46명 등이다. 이들이 소화한 학폭심의위 건수는 지난해 3천531건(초 867건, 중 1천720건, 고 944건)이었다. 올해(3~4월)는 총 327건으로 집계됐다.

많은 양의 심의를 적은 전문위원이 맡다보니 심의위 개최가 늦어지고, 가해·피해 학생 구분은 물론 학생들의 피해 회복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폭심의위 결론이 나기 전까지 가해·피해 관련 학생들은 교내서 마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심의 결과가 늦어 제재(사회봉사 등 1~9호 처분)도 어려운 상황이다.

심의위에 몰리는 학교폭력 사건을 제때, 적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심의위원도 상담사나 장학사 외에 변호사나 경찰, 의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대화로 풀 수 있는 사소한 다툼까지 학폭심의위 안건으로 접수되지 않게, 사전에 분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갈등을 중재할 전문센터 설치를 제안한다. 학교폭력 발생 시 36시간 이내에 교사와 가해·피해 학생의 부모 간 대화를 의무화한 덴마크 프리스홈 학교 사례도 고려해볼 만하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학교폭력의 실효성 있는 대책에 적극 나서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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