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중심개발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는 대중교통중심의 고밀 복합 도시개발을 통해 도시 외곽의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도심의 기능을 강화해 무분별한 도시의 외연 확장을 막자는 미국식 도시계획이론이다.
대한민국과 일본은 도시로 집중되는 인구를 분산하고 대규모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택지개발시 수도권과의 연계성 강화를 위해 조밀한 철도망과 환승시스템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TOD개념을 도입하였다.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의 도시계획을 살펴보면 철도역사를 중심으로 중심상업을 배치하고 모든 이동 네트워크를 집중시킴을 알 수 있다. 특히 일산 신도시는 3호선을 중심으로 동서로 길게 배치된 전형적인 철도중심도시로 설계되었다.
이러한 신도시개발은 21세기 3기 신도시 개발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 신도시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철도를 이용한 광역교통망을 어떻게 끌어오느냐이다. 당연히 새로운 철도망 조성을 위한 막대한 비용과 추진과정 중의 갈등은 사회적 비용으로 작용한다. 대규모 주택공급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전국이 들썩이고, 이로 인한 지가 상승은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폐해는 매번 반복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필자는 도시개발정책의 한 방편으로 지방정부 주도의 기존 철도망에 환승체계를 갖춘 고밀복합개발인 ‘신 철도중심도시’ 전략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도권은 이미 많은 신도시와 신도시급 택지개발지구가 개발되었고, 이에 따르는 철도망이 조밀하게 갖추어져 있다. 이 중에는 도시와 도시의 중간, 또는 지구와 지구 사이의 비도시 지역에 철도역사만 덩그러니 조성된 지역이 꽤 많이 있다. 이러한 철도인프라를 이용해 소규모 고밀복합개발을 추진한다면, 양질의 주택과 서울집중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특히, 경기도 서남부권의 서해선과 신안산선 구간은 서울과 접근성도 우수하고 인천과 시흥, 화성을 잇는 새로운 산업벨트로의 의미도 있다. 또한, 동서로 인천, 시흥, 광명, 판교로 이어져 판교의 청년 창업가들의 가성비 높은 주택 공급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신철도중심도시는 소규모 개발로 지방정부 주도로 개발할 수 있고, 지역특색에 맞는 맞춤형 도시개발이 가능해 지방자치시대에 적합한 도시개발 모델이 될 수 있다. 지방정부 주도의 소규모 도시개발은 지방정부 재정확충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는 LH가 독식해 가져가던 개발이익을 온전히 지방재정과 원도심 인프라 확충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주택공급 물량을 지방이 함께 분산하여 담당하므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줄 수 있다.
신철도중심도시 전략을 위해서는 몇가지 갖추어야 할 전제조건이 있는데, 첫째는 지방정부가 개발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규제가 철폐되어야 한다. 많은 지방공사들의 재무구조 유연성과 부채비율 완화가 중요한 선행요인이다. 또한, 개발제한구역의 연담화 방지 규제 등 묵은 규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둘째로 공공과 민간자본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법 제도의 완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후로는 대장동 사업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절차와 평가의 공정성, 수익구조의 투명성, 감독의 엄격성을 두루 갖춘 법제도를 정부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도시개발과 주택정책은 철저하게 중앙정부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불완전한 법제도 하에 지방에 대한 근거없는 불신과 성과독점식의 중앙공급 방식은 부동산정책 실패로 이어지고 있어 정부가 모든 짐을 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제 지방정부와 짐을 나누어질 때도 되었다.
이재혁 시흥도시공사 도시개발실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