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택시비 지역마다 천차만별... ‘불만 합승’

혼란유발 도내 택시 요금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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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택시 요금체계가 지자체마다 달라 이용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사진은 29일 수원역 앞 택시승강장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들. 김시범기자

실타래처럼 얽힌 택시 요금체계에 이용객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출발 지역, 시간, 사업구역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요금체계가 제각각인 탓에, 이를 알리 없는 이용객 입장에선 택시기사와 얼굴을 붉히기 일쑤다. 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요금체계 단순화를 시도하는 등 수차례 개선 의지를 보여왔지만,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탓에 택시업계에서도 변화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본보는 경기도 택시요금체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방정식 푸는 것도 아니고, 택시요금 계산이 왜 이렇게 복잡한 거죠”

수원특례시에 거주하는 A씨(50대)는 지난달 택시를 이용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같은 시간대, 같은 거리를 오갔는데도 택시요금이 2천원 가까이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A씨는 서류 전달차 회사가 있는 수원시 영통구에서 택시를 타고 용인시 수지구 한 거래업체를 찾았다. 이때 부과된 택시 요금은 1만3천원. 이후 10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택시에 오른 A씨가 회사를 복귀하고서 확인한 요금은 1만5천원이었다. 이동시간은 오히려 짧았지만, 요금은 크게 올랐다. A씨가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온 건 “출발하는 곳이 달라 요금이 다른 방식으로 부과됐다”는 황당한 답변뿐이었다.

평소 잦은 술자리로 택시이용이 잦다는 B씨(성남시 거주) 역시 기준을 알 수 없는 택시요금에 택시기사와 언쟁을 벌였다. 택시기사가 평소보다 높은 요금을 요구한 게 발단이었다. 지자체 간 경계를 넘어갈 때 붙는 ‘시계 외 할증’ 외에도 ‘심야 할증’이 중복 부과됐다는 택시기사의 해명이 있었지만, 되려 머릿속이 복잡해진 B씨였다.

이처럼 이용객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택시요금체계를 두고 택시기사와의 다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같은 시간, 같은 거리라도 인접 시·군을 오간다거나, 자정을 넘은 심야시간이라면 추가 요금이 수천원을 훌쩍 넘기 십상이다.

특히 도시지역과 도농복합지역 여부에 따라 할증률이 낮게는 10%부터 크게는 20%까지 차이가 나면서 분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수십개로 쪼개진 택시사업구역에다가 제각각인 요금체계로 인해 택시기사들도 요금을 부과하는데 헷갈린다”며 “이 때문에 이용객들도 자신이 요금을 덤터기 맞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무분별 나뉜 사업구역·복잡한 체계… 기사·승객 언쟁 부채질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인 경기도 택시 요금체계로 인해 이용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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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혼란 방지를 이유로 지난 2009년 시·군별로 19개 형태에 달하던 요금체계를 표준요금과 도농복합 가·나·다군 등 4가지로 단순화했다.

이어 지난 2013년 역시 같은 이유로 4가지 형태로 운영되던 택시요금을 3단계로 단순화했다. 표준요금군에는 수원·성남·고양 등 15곳, 가군에는 용인·평택·화성 등 7곳, 나군에는 이천·안성 등 8곳이 있다. 표준요금을 기준으로 도농복합 가군은 109.1%, 도농복합 나군 120%의 요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요금체계가 여전히 현실에 맞지 않아 택시요금을 두고 빈번히 택시기사와 이용객 간 언쟁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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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표준요금군에 포함된 성남시에서 택시를 이용할 경우 거리요금이 132m당 100원씩 부과되는 반면, 나군에 포함된 여주시는 83m당 100원이 부과된다. 같은 경기지역이라도 지자체에 따라 2배 가까이 높은 요금이 부과되는 셈이다. 이를 알 리 없는 이용객 입장에선 덤탱이를 썼다고 오해하기 일쑤다.

특히 인구 110만명에 육박한 용인특례시는 도시화율이 높은 지역임에도 요금체계가 도농복합 가군에 포함돼, 인접 지자체인 수원특례시에 비교해 할증률이 9.1%나 붙는다. 이용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심야 할증, 시계 외 할증도 주요 언쟁요인으로 자리잡았다.

이와 함께 무분별하게 나뉜 택시사업구역 또한 도민의 발을 묶고 있다. 인접한 시·군을 오가더라도 사업구역이 난잡하게 쪼개진 탓에 시계 외 할증, 운행거부, 지역별 택시 수급 불균형 등의 문제로 번지고 있어서다.

도는 총 25개 사업구역으로 대부분 시·군 단위로 설정돼 있으며, 광주·하남과 구리·남양주, 오산·화성, 안양·과천·군포·의왕은 사업구역이 통합돼 있다. 광명시는 예외적으로 서울 금천·구로구와 묶여 서울요금제를 따르고 있다. 단일사업구역을 운영 중인 서울, 인천시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렇다 보니 이용객은 물론, 택시업계에서도 택시요금체계를 단순화해 요금 관련 분쟁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 역시 문제를 체감하고 지난 2019년 택시사업구역을 일부 통합하려 했지만, 지자체마다 다른 입장차로 무산된 바 있다.

함영철 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경기지역본부 협력본부장은 “기사로서도 불편한 점이 많다. 이동에 제약도 크고, 요금을 두고 이용객과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며 “현실적인 체계로 변해야 한다. 다만 심야 할증 등 기사들의 업무환경을 보전할 유인책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택시 요금체계 개선을 위한 계획은 아직까진 없다”며 “2년마다 법령에 따라 택시요금 인상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된다. 이 자리에서 요금체계 개선에 대해 의논을 할 계획”라고 밝혔다.

도민 과반 “요금체계 개선해야”

경기도민의 절반 이상이 택시요금체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 복잡한 요금체계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9일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경기연구원이 경기도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 및 택시 운수종사자 15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21일부터 지난 3월25일까지 택시이용요금 관련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택시요금체계 개선에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이용객의 64%가 ‘경기도 택시요금체계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군 지역에서는 77.8%가 응답해 도농복합 요금군의 높은 할증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행제도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22.7%에 머물렀다.

택시요금체계가 단순화될 경우 이용객들은 예측되는 변화에 대해서는 택시요금 부담 감소(40.7%)를 1위로 꼽았다. 택시요금서비스 개선은 31.3%, 요금관련 시비 감소는 28.0%였다.

특히 경기도 택시요금체계의 문제점과 관련, ‘불합리한 시계 외 할증요금’이 39.3%를 차지했다. 이어 복잡한 요금체계(28%), 불합리한 심야 할증요금(29%)이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실시된 택시운수종사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복잡한 요금체계가 42.8%로 가장 높았다. 이용객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불합리한 시계 외 할증요금’은 27.6%에 그쳤다.

다만 요금체계 희망 개선 형태에 대해선 현행을 유지하자는 쪽은 50.4%로 택시요금체계 개편에 택시운수종사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도농복합 요금군에 속한 지역의 경우 높은 요금체계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기연구원 관계자는 “3개 요금군으로 인해 이용객은 목적지에 따라 동일한 거리라도 다른 요금을 내는 불합리한 상황”이라며 “택시 통행량을 분석해 요금제 단순화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전반적 손질 필요... 단순화 최우선”

실타래처럼 꼬인 경기도 택시 요금체계로 인해 분쟁이 계속되자, 전문가들은 요금체계의 전반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택시 요금체계 단순화’를 우선 해결책으로 꼽았다. 다만 도의 적극적인 개입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송제룡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용인시만 하더라도 특례시인데도 도농복합 군에 포함돼 할증이 붙고 있다”며 “이처럼 택시요금 복잡화한 데 따라 민원이 다수 발생하는 만큼 도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택시조정위원회의 설치도 뒤따라야 한다”며 “비록 행정권한은 없겠지만, 자문역할을 맡아 요금체계 개선에 대한 시·군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뿐만 아니라 택시기사의 수익 보전을 위해 마련된 심야 할증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학과 교수는 “이용객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심야 할증을 두고 새벽 시간 택시기사와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곤 한다. 결국 이용객만 골탕 먹는 꼴”이라며 “요금체계는 단순한 게 가장 좋다. 복잡한 체계는 임금조정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택시기사 입장에서도 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야 할증을 없앨 경우 택시기사의 처우개선을 민간에 맡기기보다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어느 때보다 노사정 가운데 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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