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권 정치와 함께 가는 노동계 하투/윤석열 정부 근본을 지적하고 있다

노동계의 강도 높은 하투(夏鬪)가 시작됐다. 서울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경남 거제에서도 영남권 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서울과 거제에 집결한 참여 인원만 5만명을 넘는다. 여기에 현대자동차 노조도 찬성 71.8%로 파업을 가결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이트진로, 한국타이어엔테크놀로지 등 개별 사업장의 노조도 단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개별 노조, 또는 개별 사업장이 내놓는 요구 사항을 일일이 살필 여력은 없다. 대신 민주노총이 내세우고 있는 공식적 투쟁 구호만은 분명히 정리된다. 임금·노동시간 후퇴와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 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차별 없는 노동권 쟁취, 연금 교육 의료 에너지 공공성 후퇴 저지, 물가 폭등 경제 위기 민생 예산 투입과 재벌 부자 증세로 재원 확보 등이다.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은 ‘재벌·부자 천국, 노동자·서민 지옥’이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주목하는 요소가 있다. 이번 하투는 노동계와 정치권이 함께 가는 투쟁이다. 정의당이 노동절인 지난 5월 1일 이렇게 밝혔다. “곧 출범하는 윤석열 행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노동시간 유연화’ ‘최저임금 차등적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무력화’ 등 반노동정책은 갈등 대결만 부추길 뿐이다” 여영국 대표는 “10일 후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선언했다. 정부 출범도 전에 선언된 경고다. 당연히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이 선 보이기도 전이었다. 여기에 지난달 말부터는 더불어민주당이 가세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을 ‘반노동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에 당 여론도 가세했다. 노동계 하투에 앞서 정치권이 가해 온 예열이다.

누가 봐도 노동과 정치가 함께 가는 정권 투쟁의 수순이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구호 자체도 윤석열 정부 노동·기업 정책의 근본을 문제 삼고 있다. 후보 시절부터 주창했던 노동 정책의 방향을 포기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하투가 정부로서는 근본부터 포기하느냐, 계속 밀고 나가느냐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 셈이다. 사실 보름 전 운송 노조 파업 때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은 컸다. 특히 경총 등 기업의 시각에서의 목소리가 많았다. 결과는 업계의 실망이었다. 기업이 기대했던 노동시장 변화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하투는 노동계와 정부 모두 정권 초기 기선 잡기의 성격이 강하다. 그만큼 쉽게 타협하거나 의견 도출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그런 면에서 과거 어느 하투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윤석열 정부의 의지 또는 방향을 지켜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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