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이다. 에어컨 없이는 숨쉬기 힘들 정도의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무더위에 부채나 선풍기에 겨우 의지하는 이들도 있고,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료가 무서워 켜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저소득 독거노인 등 에너지 빈곤층에게 폭염은 생사를 가르는 심각한 문제다.
경기도는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사업으로 저소득 독거노인 790가구에 벽걸이형 에어컨을, 공동 전력량계를 사용 중인 취약계층 80가구에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는 개별 전력량계 설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도 냉방비를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사업을 비롯해 전기요금 복지 할인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빈곤층 비율은 줄지 않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에너지 빈곤층 가구 비율은 에너지 바우처 사업 기준 2006년 7.2%, 2012년 9.7%, 2015년 10.2%로 확인됐다.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효율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다. 적정한 수준의 에너지 소비를 감당할 경제적 수준이 안되는 계층을 ‘에너지 빈곤층’이라 하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지원도 주먹구구식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 에너지 바우처 미사용액이 가장 많은 지역이 경기도(약 52억6천만원)였다. 에너지 빈곤층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데 기준이 모호하고, 제각각이다보니 적정한 곳에 지원을 못하는 실정이다.
에너지 빈곤층 지원사업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선 에너지 빈곤층의 기준부터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에너지 빈곤층을 단순히 경제적 요인으로만 정의하기엔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빈곤층과 저소득층의 분리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경제적 요소뿐 아니라 주거환경 등 복합적이고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 지역별, 계절별, 에너지원별 특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통합된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야 적절한 지원 대책과 장기적 대안을 마련하고, 정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6.0%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한 건 IMF 환란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만이다. 전기·가스·수도는 지난 5월 전기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9.6% 상승했다. 통계청은 향후 물가 상승률이 6%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7~8%대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고물가에 폭염으로 더욱 고통받게 될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 당장 올여름부터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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