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운중고에서 찾는 ‘전자 민주주의’

image
장은솔 성남 운중고 통신원

지난달 24일 성남 운중고의 모든 학생들은 전자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운중고의 차기 전교 임원을 뽑는 과정에서 전자 민주주의의 요소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선거가 시작되자 각 반의 TV를 통해 전교 임원 후보자들의 연설 영상이 송출됐다. 각 후보자들은 영상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활용해 서로 다른 다양한 형식의 연설을 펼쳤다. 어떤 후보자들은 유명 광고를 패러디한 영상을, 또 어떤 후보자들은 배경음악을 깔고 연설을 진행하는 영상을 송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매체의 특성을 살린 색다른 형태의 연설은 그동안 딱딱한 내용과 형식만 접해왔던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실제로 평소와는 달리 연설 영상에 집중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연설 영상이 끝나고 난 뒤에는 후보자들 간의 공약 관련 토론이 있었는데, 이 역시 영상 송출로 진행됐다. 토론은 후보자 간 사전에 서로 공유했던 질문들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간단하게 이뤄졌는데, 실시간 송출도 아닐뿐 더러 후보자가 개인적으로 각자 찍은 영상을 사용했기 때문에 토론임에도 불구하고 상호 간의 반론과 재반론이 오가는 모습은 볼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웠다.

후보자 토론까지 마친 뒤, 운중고의 학생들은 모두 각자의 휴대폰으로 발송된 개별 링크에 접속해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자 교내 선거관리위원회의 일이 상당히 줄었으며, 기권이나 무효표를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표를 행사하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부분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지만, 휴대폰이 없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은 교내에 비치된 컴퓨터를 이용하기 위해 따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직접 종이에 도장을 찍는 형식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돼 학생들 사이에서 선거의 4원칙 중 하나인 비밀 선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발생했다.

이번 운중고의 전교 임원 선거는 비록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선이나 총선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그 안에서 전자 민주주의의 장점과 단점을 체감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장은솔 성남 운중고 통신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