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학부모 학교교육 참여 소통의 경험에서 시작

학부모 수업 참여, 교권 침해 아닌 교사에 다양한 방법 제안하는 것
함께 교육과정 발전 고민하며 성장

매년 수십건의 가정통신문을 알리미 앱을 통해 받아보게 된다. 방역에 대한 안내, 아이들 건강에 대한 주의사항, 학교폭력에 대한 엄중 대처 방침 등, 가정통신문만 보더라도 “우리 교육이 이렇게 발전하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 그러나 막상 “그럼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라는 궁금증에 대해서는 학교는 쉽게 대답을 내어주지 않는다. 대학 입시에 중요한 생기부, 물론 교사들에게 맡겨야 하지만 정말 진실되게 쓰여질까? 아이들이 어른들 모르게 벌이는 비행이나 학교폭력에 대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까? 이런 궁금증들은 감히 학부모들로서는 말을 꺼내기가 두렵고, 대답을 들을 것이란 기대는 더욱 어렵다. 학교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주고, 또 이따금 경청을 해주는 것에 그칠 뿐, 우리가 대화를 하고 있을까? 학부모에게, 학교 참여의 기회를 충분히 열어주고 있을까? 물론, 이것이 학교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학부모들, 우리는 어떤 존재로서 학교를 마주하고 있을까.

 

■ 학부모의 학교참여활동의 의미를 생각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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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진 양평 양일고 학부모

학부모의 학교참여활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이 대표적으로 이 두 활동을 통해 학교의 교육과정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수 있다. 임원으로 활동하지 않아도 학교는 학부모에게 정보공시 사이트와 학교별 홈페이지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학부모가 관심만 있다면 학교교육과정에 참여는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매년 입학·개학 후 반복되는 행사가 있다. 학부모의 학교참여를 위한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 구성이 그것이다.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라는 창구가 학부모의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 교육활동 참여의 전부인지 학부모도 학교도 먼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실제 학교운영위원회는 다양한 학부모들의 지원보다 학교 운영에 민원이 없을 만한 학부모로 구성이 되거나, 학부모 자신의 경력 한 줄을 위해 지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내 아이를 위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학부모 총회 날까지 각 학급의 대표가 선출돼 구성이 마무리돼야 하는 학부모회도 크게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학부모회는 뚜렷한 보상 없이 많은 재능기부와 봉사를 해야 한다는 인식에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 학교와 학부모 모두 부담스럽다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각 단위학교에 학부모의 학교참여를 적극 주문하고 있다. 학교교육과정에 학부모로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앞서 말한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 말고도, 교복선정심의위원회, 교육과정위원회 등 다양한 소위원회에서 학부모의 참여를 요구한다. 교육청에서도 각 위원회 활동에 학부모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고, 교육부에도 학부모 참여 위원회가 있다.

다양한 위원회로 학부모 역시 부담을 느끼지만, 학교교육과정의 참여는 학부모의 고유 권한이자 의무이다. 교사들은 학부모가 수업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간섭이라 생각하고 교권을 침해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의 교육환경과 여건을 개선하고 발전하는데 같이 하는 것이 학교참여다. 학교와 학부모 모두 이를 민원으로 생각하고 서로 어려워만 할 것이 아니다. 교사의 전문분야에 대한 간섭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교사에게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는 것임을 서로 합의해야 한다.

학부모는 학교에 수신되는 공문을 통해 교육청, 교육부, 교육지원청의 학부모 참여 활동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이러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 매일 공문이 쏟아지므로, 일일이 다 확인하고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교사에겐 큰 업무로 다가온다. 수업과 교육활동이 먼저이니, 공문 내용을 학교구성원들에게까지 공유하는 것은 부담이 된다. 그런 사정을 대강 아는 학부모는 학교에서 공유하지 않는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것에 또 부담을 느낀다. 이런 현상은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강화된다.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대입이라는 목표가 선명해지고, 진학지도라는 핵심적인 사안이 정보공개나 학부모의 학교참여를 부수적인 과제로 만든다.

■ 교사와 학부모는 같이 가야한다

학교는 학부모에게 학교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며, 사회성원을 양육 및 교육한다는 공공성이 있기 때문이다. 100% 모두 공개하라는 것은 아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정보를 포함해 교육부, 시도 교육청, 교육지원청에서 수신되는 학부모 대상의 모든 공문은 반드시 학부모회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하며, 홈페이지를 비롯한 다양한 루트로 공유돼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는 이미 법제화돼 그 정보가 학교알리미에 공개돼 있다. 학부모회는 그렇지 않다. 또한 각종 소위원회에 대한 정보도 공유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학부모회에서 제안하는 안건과 의견에 대해 학교의 관리자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불편해 하는 경우도 있다.

정보의 공유와 의견의 수용이 서로 다른, 이질적인 집단이 모여서 같이 가는 첫걸음이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매년 시행되는 학부모회 구성과 대표자 선출이 그저 자리 차지하기나, 머릿수 채우기가 아닌, 진정 학교와 같이 갈 학부모들을 학교가 품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학부모가 공유를 원하는 정보에 대해 민원이라는 생각은 버리길 바란다. 관리자에 의해, 또 업무담당 교사에 의해 수동적이며 예속적으로 운영되는 학부모회 운영, 학부모의 학교교육과정 참여는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제도로서의 학교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방향일 것이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구성원 간의 소통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라는 제도에 대한 신뢰를 만든다.

■ 각각의 다름를 인정하고 수용하자

학교에는 교직원을 포함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있다. 교사에게 학교는 직장이자 지식과 인성을 가르치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공간이다. 학생에게는 배우고 실행해 보고 또래사회문화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학부모는 그러한 교사, 학생과 함께 교육과정의 발전을 고민하며 성장을 같이 하는 존재이다.

학교마다 상황의 다름이 있고, 사람마다 입장의 다름이 있다. 다름을 받아들이기 위해, 상호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인지하고 있을 뿐 그것을 인정하고 수용하지 않는 것이 결국 교육과정을 비롯한 학교 참여를 가로막고, 입장의 차이를 더욱 강고하게 만드는 것이다.

소통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 공감은 쉬워지며, 공감을 통해 진정한 소통이 일어난다. 공감에서 출발한, 소통이 가능한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가 아이의 미래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삶도 긍정적으로 이끌 것이다. 우리는 매 순간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리고 더 나은 방향을 위해 자신의 속도에 맞춘 선택을 하곤 한다. 학교의 속도와 교사의 속도, 그 옆에 나란히 선 학부모들의 속도가 같을 수는 없겠지만, 때는 다르고 방향을 다르더라도 우리가 ‘같은 선택’을 할 순 있지 않을까.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오늘의 삶을 위해서.

이미진 양평 양일고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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