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을 내 몸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 어렵지 않다. 당신이 만약 일류 요리사라는 꿈이 있다고 하자. 지금 손발과 눈, 귀, 코, 혀, 피부 등의 감각기관을 동원해 요리를 만들고 있다면 당신은 누구일까. 바로 요리사다.
일류인지 아닌지는 굳이 알 이유도 없다. 아직은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냉장고 속의 부추와 양파 따위를 꺼내어 엷은 밀가루 반죽을 휘젓고 있다면, 당신은 요리사다. 이것이 생각을 몸으로 가져오는 행위다. 당신의 꿈은 이루어졌다.
사람의 몸이 다른 무엇과 대체할 순 없는 이유는 이런 데 있다. 당신이 지금 분노를 일으키면 어금니가 꽉 다물어지고, 눈에 열이 오른다. 당신은 그 순간 ‘화난 사람’이 된다. 몸으로 이 움직임을 반복하면 ‘환자’가 된다. 같은 맥락이다. 마리아상을 떠올리면 어떨까. 당신의 몸은 즉시 ‘마리아님 버전’으로 바뀐다. 호흡이 고요해지고,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생각과 행위는 명사와 동사만큼이나 밀접하다. 명사는 살아서 날뛰는 동사를 압축해 사전이라는 액자에 표구해 놓은 언어다. 명사는 대체로 언어의 화석과 같다. 화석에는 동사가 없다. 화석을 발굴한 고고학자는 역사의 명사를 발굴한 것이다. 거기에는 공룡의 포효도 없고 흔들어 대는 꼬리도 없다. 당신이 지금 ‘나는 요리사가 아냐’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 생각이 바로 ‘생각의 화석’이다.
생각을 당신의 몸으로 가져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생각을 몸으로 가져온다는 것은 명사를 동사로 풀어낸다는 의미다. 당신이 비타민 고형제처럼 맑은 물에 퐁당,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이때 ‘지지지지’하면서 작은 물 알갱이와 함께 풀어지는 고형제의 변화가 동사의 실제다. 당신의 생각이 몸에 투척되는 순간 몸은 액상 비타민처럼 변한다. 세계의 중심이 거동했으니 변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왕이면 ‘좋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 한 순간도 쉼 없이 변하고 있는 상태가 진실이고, 동사의 맛이다. 즉, 당신이 지금 일류 요리사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요리’를 하는 것이다. 부추전을 만들기 위해 당신이 냉장고를 여는 순간, 당신은 요리사의 몸이 된다. 생각은 몸으로 이동하여 근육과 세포에 스며들고 의식을 부추긴다. 일류 셰프는 이렇게 된다. 일단 요리를 하는 사람과 요리하지 않고, 이름만 일류 셰프 인 사람이 있다고 하자. 누가 요리사인가. 당신이 지금 요리를 하고 있다면 당신이 요리사다. 몸으로 실행하고 있지 않은가.
김성수 한국글쓰기명상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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