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약품 배달, 편리성보다 안전성 우선돼야" 박영달 경기도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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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달 경기도약사회장이 지난 1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닥터나우를 약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경기도약사회 제공

경기도약사회가 지난 1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회사 '닥터나우'를 약사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시의사회에서 지난달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 혐의로 닥터나우를 고발하긴 했지만, 약사회 차원에서 약 배달과 관련해 대응에 나선 것은 경기도약사회가 처음이다. 비대면 진료를 놓고 플랫폼 업계와 의학계, 약업계가 갈등을 빚는 상황이라 특히 주목되고 있다. 박영달 경기도약사회장은 지난 8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5천여명의 회원들이 있는 현업에서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사안이 벌어지고 회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에 단호히 하고자 나섰다”며  “닥터나우의 불법배달 행위에 경기도 소속 약국들이 제휴약국으로 가입해 닥터나우의 약배달 불법행위에 협력하고 가담하고 있어 경기남부경찰청에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 거듭되어 온 원격 조제 약 배달 논란, 종지부 찍을까

원격 조제 약 배달과 관련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직접 서울 국무총리 공관 앞에서 '원격 조제 약 배달 허용 저지' 1인 시위를 벌였고, 약사회에서는 소속약국 4천3백여명의 서명을 받아 플랫폼 업체 측에 약국정보 제공 중 지 및 약국 리스트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경기도약사회가 닥터나우를 약배달과 관련해 경찰에 고발한 것은 약사법 제44조제1항, 50조제1항, 제68조제항1호에 근거해서다.

박 회장은 “약사법 제44조제1항에 따라 약국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없다. 하지만 피고발인은 닥터나우라는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대면진료를 신청, 진료를 마친 소비자로부터 의약품 주문을 받은 후, 앱의 ‘근거리매칭시스템’을 이용해 닥터나우에 가입한 경기지역 약국 5곳 등 ‘제휴약국’ 중 주문받은 의약품을 조제할 특정 약국을 지정한 후, 소비자에게 앱을 통해 전송받은 처방전을 특정약국에 교부했다”면서 “이렇게 주문받은 의약품을 조제하게 한 후, 닥터나우에서 지정한 계좌로 대금을 입금하도록 하고, 의약품을 택배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인도한다. 약사의 자격이 없는 피고발인이 의약품을 판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 회장은 “플랫폼 업체를 통한 약국과 소비자의 자동 매칭은 환자와 약사의 협의과정이 생략된 것”이라며 “약값을 결제할 때 약국에 하는 게 아니라 닥터나우가 지정한 곳에 입금을 하는 방식이다. 약국자체가 아웃소싱 업체가 되어 버리고 만다.  

■ 양날의 칼 ‘약’, 비대면 처방 우려

박 회장은 “닥터나우 고발에는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혹시나 사안이 잘못됐을 경우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부담감도 컸다. 그는 “약사들이 가야 할 길이 있는데 당장 내가 편하자고 눈 감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결심했다. 회장으로서 회원들의 권익을 지키려면 더 멀리 보고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비대면 약 처방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그는 ‘약의 속성’을 꼽았다. 그는 “약은 양날의 칼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중독성이나 부작용이 있다는 말”이라며 “만약 비대면으로도 처방이 가능하다면 향정신성약물의 오남용은 매우 심각해 질 거라 판단된다. 또한 편리하게 처방 받을 수 있다는 속성상 의료쇼핑 남용으로 약제비가 크게 늘어나 건강보험 재정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가운데, 무자격자가 약을 제조한 약국과 진료도 하지 않고 약을 처방해준 병원 등이 적발되는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기도 했다.

■ “국민의 건강, 의약품의 안전성이 우선돼야”

특히 그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단계인 기간에 의사의 판단에 따라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약품수령방식에 관해 환자와 약사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닥터나우서비스에 가입한 제휴약국들의 의약품 택배판매가 이러한 복지부 공고를 근거로 정당화될 수 있는 지 문제가 된다”면서 “취지를 보아도 국민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기관 이용의 한시적 특례를 인정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플랫폼 업체에선 약사들의 독점 영업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맞섰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플랫폼 기업들은 이윤이 목적이기에 약 배달의 편리성인 순기능만 얘기하기 때문”이라며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1년 12월 23일 약사법 제50조 1항(약국개설자는 약국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 위헌소원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의약품의 판매 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해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게 하고,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 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며, 중간과정 없는 의약품의 직접전달을 통해 약화사고의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보건을 향상 증진시킨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 등의 의견이 판결 내용이었다. 그는 끝으로 “의약품 판매는 국민의 건강과 직접 관련된 보건의료 분야인만큼 배달의 편리성보다 국민의 건강, 의약품의 안전성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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