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감으로 보면 모든 것이 명쾌하게 보인다.
우리는 늘 자기의 눈높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그러기에 한치 앞도 알 수 없다고 하고 비교하며 질투하고 괴로워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기억이다. 한낮 하교길에 쭈구리고 앉아서 기어가는 개미가족의 행렬을 보고 있는데 줄지어 기어가는 개미의 앞길에는 작은 도랑도 있고 지푸라기가 있음에도 개미 가족은 오로지 앞만 보며 열심히 기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어린 나의 시선에도 내려다보니 개미의 앞길이 다 보이는데 개미에게는 안보였던 것이다.
우리 인생도 비슷해서 인생의 앞길을 앞으로만 바라보면 그 앞길을 알 수 없지만 자신의 100년 인생길을 부감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삶이 명쾌해진다.
이 시대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이 『백년을 살아보니』란 책에서 언급했듯 ‘살아보니 인생의 황금기는 60세부터 75세더라’고 하신 것도 살아보니 알게 된 김형석교수님의 부감이다.
그러나 경험하지 않고도 미리 아는 것이 지혜이다.
자신의 인생을 굳이 100세까지 살아보지 않더라도 이미 지구별에서 살다 간 수천억명의 인생 선배들의 삶의 경험을 통찰하고 이해한다면 그것이 내 인생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객관적 부감의 내 삶인 것이다.
지구별에 살다가 별이 돼 돌아간 수많은 사람들 중 ‘예수’, ‘석가모니’, ‘소크라테스’가 아니더라도 지혜롭게 살다 간 수많은 선배들의 인생을 좀 더 빨리 학습하고 이해해서 인생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산다면 자신의 인생을 더 가치 있고 야무지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이미 숙명적으로 정해져 있는 인생의 시간을 최대한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찌감치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해 자신 인생의 최대치를 이해한 후 그 범위 안에서 맘껏 자신의 삶을 ‘완전연소’시켜야 하는 것이다.
즉, 자신의 인생을 탄생부터 죽음까지 부감으로 정리해 놓고 한순간 한순간을 맘껏 즐기며 살아야 이 세상 소풍이 끝나는 날 아무 미련도 없을 것이다.
남상민 아티스트·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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