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생들 1~2분간 교실에 남아...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학부모 분통 학교 “인파 몰려 안전사고 우려…관련 상황 설명 후 정상적인 대피”
“엄마, 오늘 우리 학교에서...”
지난 13일 오후 하교 시간에 맞춰 평소와 다름 없이 중학생 자녀(15)와 통화한 학부모 A씨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생소한 단어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A씨는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정신없이 쏟아내는 아이의 말에 귀를 의심했고, 집에서 아이와 마주하며 듣게 된 당시 상황에 왈칵 눈물을 쏟았다.
사건은 지난 13일 수원특례시 B 중학교 6교시(오후 2시~2시40분)에 일어났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6교시 수업 도중인 오후 2시23분께 교내에 화재 경보가 울렸다. 교내에선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고, 전교생이 차례로 대피했다.
그러나 A씨 자녀가 속한 반은 담임교사가 교실에 있음에도 곧장 교실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당시 담임교사는 학생들에게 대피 요령 설명과 함께 전교생이 한꺼번에 복도로 대피하는 만큼 안전 문제가 우려돼 1~2분간 아이들을 반에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아이들은 처음 마주하는 상황에 불안해했고, 일부는 급한 마음에 의자에 걸터앉아 당장 뛰쳐나갈 수 있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A씨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눈물이 났다”면서 “화재이든 아니든 전교생이 다 대피를 할 정도의 큰 사건이었는데, 학부모들에게 아무런 공식적인 메시지가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분개했다.
B 중학교의 화재경보는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끝이 났으나, 학부모들은 사건 다음 날까지도 학교 측의 제대로 된 설명조차 받지 못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화재 경보 접수 시 곧바로 대피해야 하는 매뉴얼과 비교해 상황에 따라 학교의 자체 판단으로 대피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부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재난대비 학교현장 행동매뉴얼에 따르면 학교는 화재경보 접수 시 대피로를 따라 학생들을 지정된 장소로 대피시켜야 한다. 학생들은 소지품을 그대로 두고 한 줄로 이동하고, 교사의 경우 출석부 등을 챙겨 학생들을 가능한 한 빨리 지정된 장소로 대피시켜야 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론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는 게 맞다”면서도 “학교 판단에 따라 대피하는 부분도 있는 만큼 도교육청 차원에서는 최대한 질서정연하게 대피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B 중학교 관계자는 “대피 시 인파에 의한 안전사고가 우려됐고,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경보가 울린 뒤 1~2분가량 아이들에게 안전사고 문제 및 대피 관련 설명을 하고 곧바로 대피했으며, 전교생이 정상적으로 대피를 마쳤다”고 밝혔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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