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굴착기도 자동차”, 민식이법 개정 필요하다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스쿨존 내 횡단보도에서 어린이 사망 사고가 이어지자 ‘민식이법’을 만들어 처벌을 강화했지만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민식이법은 지난 2019년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초등 2년생인 김민식 군이 차에 치여 숨지면서 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법이다. 김 군과 같은 희생을 막기 위해 학교 앞에 과속단속카메라와 무인교통단속 장비, 신호등, 과속방지턱 등의 설치도 의무화 됐다.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3(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은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했을 때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법에 헛점이 있다. 지난 7일 평택시의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여학생이 굴착기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민식이법 적용이 안됐다. 현재 굴착기 기사는 구속됐지만, 굴착기가 법이 규정하는 자동차 종에 속하지 않아 이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사현장에서 가장 필수적으로 쓰이는 기종이 굴착기다. 그런데 민식이법에는 자동차나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11종이 포함되고 굴착기는 빠졌다. 유가족과 학부모, 교사, 시민 등이 모두 분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법률이 산업 현장과 도로 환경 등 변화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엔 굴착기를 화물차에 실어 공사 현장에 투입했지만, 지금은 바퀴식 굴착기가 늘면서 도로를 일반 차량처럼 운행하는 게 보통이다. 굴착기를 단순히 건축·해체 등에 사용하는 건설기계로만 봐선 안 된다. 보행자들은 승용차보다 굴착기 같은 건설기계를 더욱 위험하다고 느끼는데, 법률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민식이법 개정에 나섰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11일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 간담회에서 법안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임 교육감은 민식이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논의, 교육부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다행히 국회에서도 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식이법 적용 대상을 굴착기, 불도저 등 모든 건설기계 운전자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정부와 국회가 민식이법을 세밀히 살펴 시급히 보완·개정해야 한다. 운전자들도 학교앞 속도 30km 이하, 횡단보도 일시정지 등 법 준수를 생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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