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특례시 반도체클러스터 착공식이 연기됐다. 연기 자체는 이미 지난주부터 알려져 있었다. 언론이 연기 가능성을 보도했고, 용인특례시가 이를 최종 확인했다.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기 사유로 날씨를 들었다. ‘우천’이 적절치 않아서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SK하이닉스도 같은 이유를 말하고 있다. 이상하긴 하다. 시기적으로 장마철은 맞다. 하지만 14일은 비가 오지 않았다. 착공식이 날씨와 직결되는지도 의문이다.
해당 산단 조성 사업 시행자는 용인일반산업단지㈜다. 지난 4월에 용인특례시에 사업 착공계를 제출했다. 그동안 경계 펜스 설치와 부지 정리 등 기초적인 공사를 진행했다.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행사인 착공식을 치르기에는 무리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착공식은 연기됐고, 이유는 비 때문이라고 하고, 언제 한다는 기약이 없다. 415만㎡에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만 120조원을 넘는 사업이다.
이즈음에서 나오는 얘기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 여부와 이를 둘러싼 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관련 산업을 안보 전략 자산의 가치까지 격상시켰다. 당선인 시절에는 용인을 찾아 “용인이 반도체 도시에 가담하게 됐다...중앙정부에서 적극 지원하겠다...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착공식 참석이 예상됐던 이유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도 “대통령실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했었다.
용인특례시는 물론, 경찰까지도 이른바 ‘VIP 행사’로 기정 사실화하고 준비한 듯 보인다. 이번 착공식이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경제 행사라는 상징성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석연찮은 착공식 연기다. 대통령의 일정과 연결 짓는 분석이 무리한 것은 아니다. 지역 관가에는 ‘대통령실에서 용인시 측에 대통령 불참을 통보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이와 맞물려 이상일 시장과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추론하는 정치적 해석까지 있다.
대통령의 행사 참여는 보안상 사전 공개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상당한 기간을 앞둔 일정이라면 더욱 확인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착공식 연기를 대통령 불참으로 단정해 연결시키는 것은 정확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행사의 본질은 정치가 아닌 경제다. 촌각을 다투는 반도체 국제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일이고, 지역민을 3년째 묶고 있는 재산권 규제와 직결되는 일이다. 대통령 참석 여부를 정치적으로 계산하는 것 자체가 한가한 셈법이다.
비가 오면 어떤가. 대통령이 못 와도 괜찮다. 급한 것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착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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